김성근 한화 신임 감독 "승부란 이기기 위한 것"

입력 : 2014-10-28 오후 10:14:26
[대전=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야신'이 독수리의 품에 들어갔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제10대 감독인 김성근(72) 감독의 취임식을 28일 오후 홈구장인 대전구장에서 진행했다.
 
한화는 김 감독과 지난 25일 밤 '계약기간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 연봉 각 5억원)'의 조건에 계약했다. 김 감독은 오는 2017년까지 한화 지휘봉을 잡게 됐다. 배번은 SK 시절에 사용하던 38번이다.
 
이날 구장에는 80여 명의 팬들이 찾아 김 감독을 열렬하게 환영했다.
 
김 감독은 취임사에서 선수들을 향해 "여러분을 보니 식었던 열정이 솟아오르는 것 같다. 승부란 이기기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며 "내년에 어깨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독수리가 되려면 오늘부터 '내가 과거에 어땠다'는 것은 잊고 모든 마음을 바꿔야 한다. 이제 주전과 후보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개개인에 매달리는 야구는 없다. 따라오려면 따라오고, 아니면 같이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성근 감독과의 일문일답.
 
◇김성근 한화 신임 감독이 노재덕 단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연습의 절반은 '수비'
 
-3년만에 프로 감독으로 복귀했다. 복귀 소감은.
 
▲참 얼떨결하다. 오랫동안 감독을 해서 그런지 하루하루 긴장감 속에 돌아갈 수 있게 돼 '이제 살고 있다'라는 느낌이다. 
 
-한화는 14번째 팀이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에게 어떤 의미인가.
 
▲한화의 연고지인 대전은 과거에 야구의 도시였고 야구 역사가 있지만 최근 사그라들어 아쉬운 느낌이 들곤 했다. 톨게이트를 나오며 '반드시 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년에는 위에서 싸울 수 있게 노력해야 하지 않나 싶다.
 
-한화라는 팀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취임해 며칠 안 돼 깊은 속까진 접하지 못했다. 야구는 수비가 아닌가 싶은데 한화는 이 점이 몇 년동안 문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오키나와에서 이를 제대로 잡으려 한다. (마무리)캠프에서 수비는 연습의 절반 가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랫만에 프로 무대에 오니 어떠한가.
 
▲장기는 옆에서 보는 사람이 잘 보인다. 옆에서 보니 '이런 문제점이 있구나', '내가 벤치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 있었구나'라는 점을 느꼈던 3년이다. 감독들이 세대교체가 되는 바람에 '새로움 속에서 시합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많은 야구 팬들이 생겨서 야구인들이 어떻게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수단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려고 하나.
 
▲내 스스로 색다르게 할 성격이 아니다. '서로 어떻게 진실 속에서 살 수 있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진실되게 부딪히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은가 싶다. 순간순간 나 스스로도 그(선수단) 속에 파묻히는 것이 가장 좋지 않나 생각된다.
 
-고양원더스 감독 시절 한화 2군과 경기를 했을 때 느낌은 어땠나.
 
▲이정훈 감독이 현역 때 기질이 있어 열심히 잘 잡지 않았나 싶다. 젊은 아이들이, 빠른 아이들이 많다. 야구에서 2군은 자주 가야 하지 않나 싶다. 다음달 5~6일 서산에 가서 볼 예정이다. 오키나와(마무리 훈련)에 합류할 선수인지 아닌지 보려 한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제10대 감독에 선임된 김성근 감독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과거 3년의 성적, 결코 중요하지 않다"
 
-한화가 3년간 꼴찌를 했다. 한화가 앞으로 나아질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이 있는가.
 
▲쉽게 얘기해 '이 이상 내려갈 일이 없다'. (좌중 웃음)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것을 파악하면 갈 길이 보인다. 과거 3년의 성적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오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갸 승부처가 아닐까 싶다.
 
-40대 감독이 3명이나 있고 50대 감독이 적잖은데 젊은 감독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한국 프로야구 팀의 감독들이) 거의 다 제자들이다. 하지만 제자라는 의식 없이 상대 감독들과 싸운다. SK에서 이미 그렇게 했다. 경기가 시작되면 그런 의식은 사라진다.
 
-비시즌 동안의 전력보강을 어떻게 하려 하는가.
 
▲FA(자유계약선수)는 모두 데려오고 싶다. 한화가 젊은 선수가 많은데 막상 심각하다 싶다. 야수는 고령자가 많은데, 이 선수들을 어떻게 젊게 만들어야 하나 생각이 든다. 김태균도 서른 몇 살인데 20대로 되돌려야하지 않나 싶다.
 
-곧바로 마무리 훈련에 들어가는데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방금 여기 오기 전에 (선수들의) 이발 상태를 봤다. (잠시 간격을 두고) 이틀에 하루는 수비다. 5일 동안 연습을 하면 2일 정도는 수비만 하려고 한다. 대전구장 운동장을 넓혔는데 외야수들이 어디로 달려가는가 모르겠다. 이런 모습을 바꿀 것이다. 힌트를 주자면 김태균도 당분간 반쯤 죽을 것이다.
 
-한화의 야구를 다이너마이트 야구라고 부른다. 어떻게 이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장점을 살리려 하는가.
 
▲다이너마이트는 불발되는 경우가 많다. (좌중 웃음) 한 점을 지킬 수 있는 야구, 끝까지 승부를 버리지 않는 팀으로 만들어야만하지 않은가 싶다. 과거에 한화 선수들의 마음씨가 너무 좋아서 점수를 많이 줬다고 본다. 점수를 많이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용병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용병 3명은 신중하게 고르고 가지 않아야 하나 싶다. 선발, 마무리, 모두 지금부터 생각해야 한다.
 
-직전 감독이 김응룡 감독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톨게이트 나오면서 김응룡 감독 나이와 내 나이를 합치면 과연 얼마인가 생각했다. 대전구장은, 한화라고 하는 팀은, 김영덕-김인식-김응룡 그리고 나, 어찌보면 내가 제일 마지막에 왔다. 내가 업적을 남기고 가야 한다.
 
◇김성근 감독, 김태균. (사진=이준혁 기자)
 
◇"선수들의 절실한 느낌이 부족하다"
 
-밖에서 봤을 때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은 어떠한지 묻고 싶다.
 
▲한국 야구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나 싶다. 연봉이 그 때 상당히 많이 올라갔다. 그러면서 도전하는 의식이 많이 부족해졌다. 많은 팬들이 있어 거기에서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악착같이 순간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절실한 느낌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상위권과 하위권이 고착되는 데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데.
 
▲모두 비슷한 전력을 갖고 있으면서 승패가 갈렸단 생각이다. SK와 LG가 0.5게임차로 끝났는데 깊게 파고들면 분명 차이가 있다. 
 
-고양에서 그만 두고 한화에 올 때까지 어떻게 지냈나.
 
▲처음으로 잘리지 않은 자리가 아닌가 싶다. 그 사이 솔직한 심정은 '다섯 군데 있는데 왜 안 부르나' 싶었다. 그런데 1주일 지나니 부르는 곳이 없길래 포기했다.
   
-감독과 프런트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강직한 것으로 많이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할만한 말이 있나.
 
▲양 쪽에 다 이기는 데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라고 하는 의식 속에서 움직이면 된다. 요새 야구계가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야구경기 속에 파묻히면 된다. '조직'이라는 자리에서 감독은 희생해야 하지 않은가 싶다. 내가 바깥에서는 트러블메이커로 불리우는 때가 많다. 요즘은 세대가 많이 바뀌어서 감독이 야구에 파묻히는 의식이 부족한 것은 안타깝다.
 
-2년 전에 김응룡 감독이 왔을 때 의견이 외야가 너무 넓다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이 보는 대전구장의 외야 상태는 어떤가.
 
▲투수 입장에서는 넓은 구장이 좋다. 지금 보니 야구장이 굉장히 넓어졌다. 외야수의 수비,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별명인 야신(野神)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야구의 신은 없다. 나는 '잠자리 눈깔'이 좋다. (좌중 웃음)
 
-충청권 연고 팀에 왔다. 한화 팬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해달라.
 
▲1982년 기억이 떠오른다. 여기 비가 와서 물이 가득찬 속에서 야구를 한 기억이 난다. 감독을 하며 부담스럽다는 것을 최초로 느낀다. 성원해주고 기대하는 만큼 반드시 해내야 겠다는 부담이 다른 팀에서 있을 때보다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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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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