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신규가입·번호이동·기기변경 등 휴대폰 가입유형별 지원금 차등이 금지됐다. 그러나 정작 각 유형별로 유통점에 떨어지는 마진율이 달라 사실상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에 대한 가입유도가 여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전국 이동통신 상인 수백명이 참가한 가운데 '단통법 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협회는 시장에선 여전히 가입유형별·요금제별 차별이 해소되지 않아 단통법이 원 취지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김미연 기자)
◇가입유형별 유통마진 달라..최종 소비자 차등없는 혜택 가능할까
특히 가입유형별로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엔 차등을 두지 못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유통점 마진이 달라 영업일선에선 마진이 높은 번호이동·신규가입 쪽으로 유도하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협회 관계자는 "가입유형별로 소비자 지원금은 차등 없이 주라고 하면서 이통사에서 주는 판매점 장려금은 유형별로 차이가 크다"며 "예컨대 번호이동 장려금이 10만원이라면 신규가입은 7만원 정도, 기기변경은 약 2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유통점에선 자연스럽게 마진이 높은 번호이동 쪽으로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도적으로 해지 후 재가입을 권유하는 등 여전히 새로운 가입자를 우대하는 차별이 남아있어 최종 소비자 혜택엔 의구심이 든다는 것.
관계자는 "이런 점 때문에 단통법 추진 당시 협회가 '장려금 차별 금지'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쟁 체제에서 마케팅 비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불공정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측은 유통점 마진 책정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정부 개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중고폰 가입 등엔 장려금을 적게 준다든가 신규가입·번호이동에 장려금이 쏠려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면서도 "이는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마케팅 정책이기 때문에 법적인 제재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유통현장에서 가입유형별로 차별적인 영업이 나타나지 않도록 이통사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사만 되게 해달라..지원금 상한 적용 요금제 기준 낮춰야"
이에 유통점주들은 "현 상황에서 마진율을 높여달라는 건 아니다"라며 "손님 발길이 끊어지지 않도록 대다수 이용자에 걸맞은 현실적인 혜택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즉 30만원인 지원금 상한액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요금제 기준은 현재 월 9만원(2년 약정시 7만원)인데, 이를 대다수 소비자가 사용하는 6~7만원대 이하 요금제로 낮춰야 한다는 것.
협회 관계자는 "소비자 대다수가 실 납부 기준 3~4만원대 요금제에 집중돼 있는데 지금은 소수의 상위요금제 이용자에게만 맥시멈 지원금을 적용하고 있다"며 "기준을 중저가 요금제로 낮추면 소비자는 지원금 혜택이 늘어나고 유통점도 수익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같은 지원금 상한액 기준 요금 변경을 미래부 측에도 요청하고 있고 일부 동의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이통사 측이 마진 악화를 우려해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단통법이 시행된 10월 초 현저히 낮아진 지원금으로 이통 시장이 냉각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통점주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협회 측은 재정적 이유로 영업을 청산하는 '사고율'이 단통법 이후 3.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 유통점주는 "올해 초 영업정지를 당하고, 단통법 때문에 10월 한 달을 놀았는데 이대로 버틸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되겠느냐"며 "오늘 이렇게 모였지만 변화 없이 이 상태가 한 달 더 지속된다면 여기 모인 분들 중 절반은 못볼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 전후로 유통점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판매수수료를 다소 올려준 것으로 안다"면서도 "단통법에서 얘기하는 긍정적 효과, 즉 중고폰 가입자가 늘어나거나 신규가입자가 줄어드는 등의 현상이 당장 유통점에 피해를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진=김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