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다른 누구라도 비슷한 정책할 것"..취임 100일 평가회

기재부, '단기 부양책 치중' 비판에 "중장기 정책 추진 중"
전문가, 최경환 경제팀에 '소통' '가계부채 대책 마련' 제안

입력 : 2014-10-30 오후 8:26:24
[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취임 100일이 지난 최경환 경제팀의 성과와 과제에 대한 국회 세미나에서 정부의 단기적 경기 부양책에 대한 문제 지적과 함께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위기감이 폭넓게 감지됐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경제정책포럼(대표의원 정희수), 국회입법조사처, 한국경제연구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최경환 경제팀 100일, 성과와 과제' 세미나는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과 정갑윤, 이석현 국회 부의장,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축사로 시작했다.
 
"저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축사를 하는 게 어색하다"며 말문을 연 최 장관은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어느 누가 경제사령탑(부총리)에 올라도 비슷한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확장적 재정 및 경기 부양 정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최 장관은 "취임한 전후 경제가 매우 안 좋은 상황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2분기 경제성장률이 0.5%로 거의 반토막 났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의 심리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성장 저물가라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 속에서 보다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재부 "단기 부양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 경기 부양책에 치중한다는 시중의 평가에 대해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그건 아니다"라며 잘라 말했다.
 
이 국장은 "구조적인 문제를 잘 알고 있고 경제구조 개선과 경제 활성화 문제를 결합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정부의 중장기적 경제 체질 개선 방안으로 제시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핵심과제를 집중 추진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세미나에 참석한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공감하며 정부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제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한국경제의 현 상황을 진단하며 "일본의 1992년 상황과 많이 유사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특히 '일본·한국·중국 20년 시차설'을 주장하며 "1980년대 후반 부동산 버블로 경제가 붕괴한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며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소장 역시 "외환위기 이후에는 4.7%, 금융위기 이후에는 4% 이하로 성장했는데 4, 5년 더 가면 우리나라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며 "단기 경기부양만으로는 안 되고 구조를 개혁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위기감이 감지됐다.
 
◇"경제 주체와 소통해야" "소득 정책도 함께"
 
최경환 경제팀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주체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미국은 '실업률 6% 이하, 인플레이션 2%대'를 누차 말하고 목표에 도달한 뒤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최경환 경제팀이 100일 동안 거의 매주 하나씩 정책을 내놨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내놨지만 국민들이 그 정책의 목표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성장과 소득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가계소득 증대 정책에 무게를 뒀다.
 
김 교수는 "저소득층에게는 주택 바우처를 실시할 수 있고, 중산층도 소득이 오를 확률이 크지 않으면 교육개혁, 조세개혁, 의료개혁 등을 통한 생활서비스를 확대로 실질소득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학자 중에는 외환위기를 한 번 더 맞아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재정학자로서 재정건전성을 누구 못지않게 강조해왔는데 한시적으로 부채비율이 조금 올라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획기적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는 "100일 된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는 이유로 구체적 정책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며 정부 경제정책에 비판적인 여론과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새누리당 이만우·유일호 의원, 새정치연합 홍종학·박영선 의원,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등이 참석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경환 경제팀 100일,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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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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