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미국 경제가 3분기에 전문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였다.
정부 지출이 늘어나고 무역 적자가 감소한데다 고용 시장까지 우수한 모습을 보이며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을 뒷받침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가계 소비와 민간 투자는 강하게 성장하지 않아 '게임체인저(game changer·국면전환)'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댄 그린하우스 BTIG 수석 전략가는 "미국 경제는 지난 수년 사이 어떤 때보다 더 견조한 기반 위에 있다"며 "다만 GDP의 구성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美 2분기 GDP 성장률 3.5%..예상 상회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3.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직전 분기의 4.6%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치 3.0%보다 개선된 것이다.
미국 경제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 지출은 지난 분기 1.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2.5% 확장됐던 것에 비해 성장 속도가 둔화됐고 1.9% 증가를 점친 시장 예상치도 밑돈 것이다.
3분기 미국인들의 소비 지출은 GDP 증가율을 전체적으로 1.2% 포인트 높이는 데 기여했다.
반면 정부 지출 규모는 4.6% 증가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폭이다.
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604억달러에서 4099억달러로 축소됐다.
한편 기업의 장비 투자 성장세는 전 분기에 미치지 못한 7.2%로 집계됐다.
◇미국 GDP 성장률 변동 추이 및 부문 별 기여도(자료=로이터통신)
◇정부 지출 증가가 GDP 개선 이끌어..소비·기업 투자는 부진
주요 외신들은 3분기 GDP를 끌어올린 1등 공신은 정부 지출 증가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미국 정부 지출은 GDP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방위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며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또한 무역적자가 크게 감소한 것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입이 줄었지만 수출이 늘어나면서 무역도 성장률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3분기 수출이 7.8% 늘어났고 수입은 1.7% 감소하면서 GDP에 1.3%포인트 기여했다.
미국 내 원유 생산이 증가해 해외 원유와 소비재 구입이 감소하며 무역 적자 감소를 이끌었다.
밀런 뮬레인 TD증권 부이사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며 "경제 부문에서 전반적인 개선세가 나타났고 올해 남은 기간 미국 경제가 긍정적인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 부진했다. 소비자 지출은 1.8% 증가하는데 그쳐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1.9%와 전분기 증가율 2.5%를 모두 밑돌았다.
기업 투자 역시 부진했다. 기계장비부문의 투자는 7.2% 증가했는데 이는 전문가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소비 지출이 이끄는 성장이 아닌 무역 수지 적자폭 축소와 정부 지출 증가라는 요인으로 일시적으로 성장이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앤드류 그랜담 CIBC 월드마켓 이코노미스트는 "민간 소비 개선세가 미약했다"며 "실물 경기가 강하게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짐 베어드 플란트 모란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스 이코노미스트 역시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민간 소비와 투자는 강한 활기를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힘 받는 조기 금리 인상론 vs "아직 섣부르다"
세부적인 지표들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성장률 숫자가 견고하게 나오면서 월가에서는 잠잠했었던 조기 금리 인상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최근 고용 시장이 꾸준히 개선되고 유가도 하락하면서 4분기에도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연준 역시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다소 매파적인 뉘앙스를 풍긴 바 있다.
폴 애시워드 캐피탈이코노믹스 선임 연구원은 "오늘 나온 GDP 지표를 살펴보면 연준이 FOMC 회의에서 매파적인 목소리를 낸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밀란 멀레인 TD 증권 이노코미스트는 "2분기에 이어 경제 부문에서 전반적인 상승세가 나타났다"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미국 경제가 긍정적인 모멘텀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댄 그린하우스 BGIT 수석 투자전략가는 "올해 연간 성장률은 2005년 이후 최고치인 3%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자연스레 조기 금리 인상설도 힘을 얻고 있다.
펜테온은 "성장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며 "내년 봄에는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방지출 확대는 일시적인 재료이고 주택시장 회복이 부진한 점을 들어 4분기 회복이 더뎌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슈아 샤피로 MFR 전략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 좁히기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며 "정부 지출 확대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