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아이폰6 구름인파..국내도 애플 물결

입력 : 2014-10-31 오후 1:12:48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아침 7시에 왔는데도 늦었나 봐요. 대기번호가 241번이네요."
 
애플의 전략 스마트폰 아이폰6가 국내에 상륙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가을비에도 아랑곳 없이 구매를 위한 줄은 길게 늘어섰다.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던 국내시장도 애플 물결로 넘쳐났다.
 
애플 스토어 프리스비 명동점은 31일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언락(Unlock Phone)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오전 8시 매장 개점 시간에 맞춰 준비된 수량을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얼리버드 이벤트’.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신작 아이폰을 사기 위한 행렬로 가득 찼다. 심지어 전날 오후부터 대기한 이들도 있었다. 가히 열풍이다.
 
◇아이폰6 언락폰 구매를 위해 명동 프리스비 매장 앞에서 대기중인 소비자들. 이른 아침에도 3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사진=정기종 기자)
 
◇매장 앞 늘어선 대기행렬.."밤샘과 가을비 쯤이야"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아직 개점 1시간 전이었지만 이미 매장 앞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대기인원들이 길게 줄을 늘이고 있었다. 아이폰6를 사기 위해 매장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는 행렬이었다. 월차를 내고 매장을 찾은 직장인부터 외국인 교환학생까지 소비 계층도 각양각색이었다.
 
대기번호 1번 고객으로부터 한참이나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대학생은 "줄곧 아이폰 시리즈를 사용해왔고 이번 신작에 거는 기대도 크다"며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오전 7시 이전에 도착한 그의 대기번호는 241번이었다. 개점 1시간 이전부터 기다려도 200번대 대기번호를 받을 만큼 경쟁은 치열했다.
 
◇명동 프리스비 매장 앞 전경. 개장 시간이 다가오자 매장 안팎의 사람들이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사진=정기종 기자)
 
대기번호 33번을 받았다는 30대 중반의 남성 소비자는 "오늘 현장에 몇시에 왔냐"는 기자 질문에 "오늘이요? 어제라고 하셔야죠. 어제 저녁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제품 구매를 위해 일찌감치 현장을 찾은 고객 대응을 위해 행사를 주관한 프리스비도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프리스비는 하루 먼저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에게 보다 편한 환경에서 대기할 수 이도록 지난 밤 매장 2층 공간과 인근 금강제화 랜드로버 매장을 대기 장소로 제공했다. 프리스비는 금강제화 계열사다. 또 핫팩과 간식, 아침식사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프리스비 관계자는 "최근 매장 리뉴얼 행사를 통한 럭키백 이벤트 때도 그렇고 아이폰3G모델 출시 때부터 대기 이슈가 항상 있어왔기 때문에 전날부터 고객들이 현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매장 앞 대기 행렬이 프리스비 문화처럼 자리잡고 있어 항상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동을 휘감은 아이폰 물결
 
오전 8시. 프리스비 직원들은 개장시간에 맞춰 매장의 베일을 걷으며 박수와 환호로 본격적인 이벤트의 시작을 알렸다. 매장을 들어선 첫 고객과는 함께 어울려 춤을 추기도 했다. 대기시간이 길었던 만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아이폰6 언락폰을 구매하는 주인공에게는 자연스럽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명동 프리스비 직원들이 매장에 처음으로 들어선 고객을 환호로 맞이하고 있다.(사진=정기종 기자)
 
국내 1호 아이폰6 언락폰 구매자는 아이폰6 플러스를 구매한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여성이었다. 지난 30일 오후 2시부터 기다렸다는 이 여성은 "얼떨떨하지만 기쁘다. 날씨가 추웠지만 누구보다 먼저 아이폰6를 사고 싶어 일찍 매장을 찾았다"며 "크기(화면)가 커진 아이폰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별히 언락폰을 구매하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동통신사를 통해 노예계약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31일 명동 프리스비에서 국내 최초로 아이폰6 플러스 언락폰을 구매한 소비자가 제품을 들고 활짝 웃고있다.(사진=정기종 기자)
 
이날 언락폰 구매를 위해 프리스비 매장을 찾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1호 고객과 마찬가지로 이통3사를 이용하길 꺼려하는 모습이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과열된 이통사 간 경쟁으로 피해를 본 경험 탓에 CJ헬로모바일, SK텔링크 등의 별정 통신사를 이용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10여명의 소비자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별정 통신사를 이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이폰6 플러스를 구입, 헬로모바일을 통해 개통하겠다는 뜻을 밝힌 한 소비자는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에서 아이폰이 갖게 되는 매력이 더 커진 것 같다"며 "이통사 정책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제품으로 적합한 통신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락폰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명동 프리스비에 진열된 아이폰6(사진=정기종 기자)
 
국내에서 아이폰은 단통법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통사 보조금을 통해 외산폰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던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졌기 때문. 이는 곧 유통망에 의존하던 국산폰의 위기를 뜻한다. 지난 24일 이통3사를 통해 실시된 예약판매 당시에도 시작 30분 만에 약 8만명이 몰리며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프리스비를 통해 판매된 언락폰 가격은 16GB 모델 기준으로 아이폰6 85만원, 아이폰6 플러 98만원으로, 이통3사 출고가 78만9800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통사가 제공하는 17만~25만원 수준의 보조금이 존재하긴 하지만 특정 국가나 통신사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언락폰의 장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한편 같은 날 이통 3사도 일제히 각종 할인 혜택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아이폰6의 개통을 시작하며 고객 유치 전쟁에 나섰다. 10월 마지막 날 갤럭시의 공백을 아이폰이 메우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전날 삼성전자는 갤럭시의 침체로 표현되는 충격적 3분기 경영실적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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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