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지난 2일 아이폰6 사태와 같은 휴대폰 보조금 대란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통법 시행으로 마케팅비를 아낀 이통사들이 언제든 장전된 총알을 풀 경우 또다시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통사를 규제하기 위한 영업정지와 단통법이 오히려 이들의 마케팅비를 절감시켜 '총알 장전' 효과를 줬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100만원대 불법 보조금을 쏟아 부으며 출혈 경쟁을 펼쳤던 이통사들을 그냥 놔뒀다면 과도한 비용 지출로 제풀에 꺾였을 것"이라며 "오히려 영업정지라는 제재 수단이 이통사들을 한숨 돌리게 해 총알을 장전시켰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최근 몇개월간의 시장 냉각기 동안 이통사들이 돈을 아꼈고, 단통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체적인 마케팅비 규모가 줄었기 때문에 언젠가 이 비축된 총알들이 사용될 것"이라며 "아이폰6 대란은 보조금 경쟁 재발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는 지난 3분기 실적에서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통시장의 쿨다운 기조가 이어지며 보조금 지급 규모가 대폭 축소되자 영업이익 개선이 두드러졌던 것.
SK텔레콤(017670)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마케팅비를 지출했지만 경쟁사와 달리 2분기에 영업정지가 집중돼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증권가는 단통법 영향이 본격 반영될 2015년 이후 이통사들의 구조적인 마케팅 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도 비축된 이익은 부담이다. 요금인하와 혜택 강화에 대한 시장 압박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돈을 쥐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 되면 풀 수밖에 없다"며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번엔 아이폰6 대란 형태로 풀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가 총알을 '유통망 장려금' 형태로 풀 경우, 이 자금이 시장 침체로 고객 확보에 목마른 유통점들의 '편법 유혹'과 맞물리면 대란이 촉발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2~3주차 때부터 일부 유통점을 중심으로 페이백 영업이 꿈틀거리고 있었다"며 "아이폰6 사태는 결코 갑자기 터진 게 아니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건이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 10월30일 미래부와 방통위는 단통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시장상황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법 시행 후 4주차에 접어들면서 전반적으로 신규·번호이동이 증가세를 보이고, 초기 증가세가 뚜렷했던 기기변경은 다소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래부·방통위 측은 "급격하게 위축됐던 시장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용자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고 해석했지만, 업계에선 "단순히 시장 회복 신호로 보는 것은 너무 순수한 해석"이라며 "번호이동 시장에 다시 장려금이 실리고 있는 만큼 정부규제로 시장경제를 누를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들은 "보조금 경쟁의 경우 시장 구조상 한 사업자가 촉발하면 두 경쟁사가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촉발 사업자'를 찾아낼 방법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보조금 대란을 근절할 방도가 없다.
이대로라면 일시적으로 가입자 대량 유치가 필요한 사업자가 보조금 경쟁을 일으킨 뒤 서로 대란 촉발 책임을 떠넘기고, 유통점과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아이폰6 대란에 대한 정부 제재 강도에 시장이 집중하는 가운데, 이통 3사의 '총알 장전'이 또다른 대란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