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지난 4일(현지시간) 치뤄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에 압승을 거뒀다. 내년 1월 새 의회가 문을 열면 공화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
8년만에 나타난 여소야대 정국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일 오전 8시24분 현재 공화당은 상원에서 7석을 추가하며 52석을 확보했다. 특히 경합지역 13곳 중 10곳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경합지역 가운데 켄터키와 캔자스, 조지아 등 3곳은 공화당 지지 지역이었으나 나머지 7곳은 기존 민주당 지지 지역을 빼앗아 온 것이다.
켄터키에서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가 민주당의 앨리슨 런더건 그라임스 후보를 큰 폭으로 앞서며 6선에 성공했다. 맥코넬은 향후 상원 의장직을 역임할 것으로 보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출신지로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아칸소에서도 톰 코튼 공화당 후보가 마크 프라이어 민주당 현역 의원에 승리했다. 이 밖에도 공화당은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던 웨스트버지니아와 몬태나, 사우스다코타, 콜로라도,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등에서 승리를 거뒀다.
435명 의원을 모두 새로 뽑는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이시간 현재 243석을 얻어냈다. 기존에도 과반을 차지했던 공화당은 이번에 13석을 더 추가하며 다수당의 지휘를 더 확고히했다.
현재 공화당은 메인과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어 역대 최다 의석이었던 246석을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36곳에서 치뤄진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24곳을 싹쓸이 했다. 메사추세츠와 일리노이, 메릴랜드, 아칸소는 이전에는 민주당 주지사가 선출됐던 곳이지만 이번에는 공화당을 선택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에서 팬실베니아 한 곳을 빼앗아 오는데 그쳤다.
◇4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주지사 선거에서 스콧 워커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소식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공화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오바마 정권에 대한 미국인들의 실망감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경제 회복을 선거의 주요 전략으로 사용했으나 고용시장 등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미국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AP통신과 미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사전 출구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중 8명이 "미국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오바마 정권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건강보험법개혁안(오바마케어)도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꼽혔다.
여기에다가 시리아와 이라크 정책 등 실패로 끝난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최근 이슬람 수니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을 참수한 것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 확산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도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깎는데 일조했다.
상원과 하원, 주지사 선거까지 공화당이 휩쓸며 오바마 정권의 고민도 깊어졌다.
집권 초기에는 상원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지원으로 핵심 공약이었던 오바마케어와 기후변화대응법안 등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공화당으로 의회의 키가 넘어오면서 쟁점 법안인 세금개혁안과 이민법, 에너지 정책 등의 추진이 가로막히거나 방향을 급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또 공화당과의 타협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꺼려했던 정책들을 채택할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이나 캐나다 앨버타주와 텍사스를 잇는 키스톤 송유관 건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위한 무역협상촉진권한(TPA) 부여 등이 타협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