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윤종규 KB 회장, 취임 전부터 경영 시험대

수십~수백억 손실 코앞..재신임 앞든 계열 사장들도 사태해결 분투

입력 : 2014-11-06 오후 4:39:03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점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취임도 하기 전에 시험대에 올랐다.
 
LIG손해보험 인수를 비롯해 특별수당 지급, 국민카드-현대차 수수료 공방 등 수백억원대 손실을 불러올 과제들이 닥쳐있다.
 
촉각을 다투는 사안이라 취임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윤 내정자로서는 전임자가 '저질러 놓은 일'이 억울할 수 있겠지만 잘 해결하면 경영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보험사 인수 지연금 오늘까지 12억원..사외이사 거취 관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LIG손해보험(002550) 인수 지연에 따른 지연 이자금이다.
 
KB금융(105560)은 지난 6월 LIG손보 인수 계약 당시 거래 종료 예정일인 10월27일까지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다음날인 28일부터 연 6%의 이자를 물기로 약정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KB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회장과 행장이 모두 자리를 떠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최종 승인기관인 금융위원회는 KB금융의 경영상태와 지배구조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LIG손보 인수 승인을 미루고 있다.
 
인수 지연으로 KB금융은 하루 1억1000만원씩 LIG그룹에 내야한다. 지난달 28일부터 오늘(6일)까지 총 12억원 규모다. 오는 26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인수 승인을 받더라도 30억원 가량의 지연이자를 내야 한다.
 
지연이자금이 감액될 가능성도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하루에 1억1000만원씩 곧바로 지급하는 게 아니다"며 "협상 완료 후 인수대금 잔금을 처리할 때 지연이자금을 정산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사 사정을 고려해 양사가 지연금의 이자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연이자금 감액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LIG손보 인수 승인은 KB금융 사외이사들의 거취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외이사는 KB 지배구조의 한 축이기도 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KB금융사태 이후 사외이사 제도 개편이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요지부동이다. LIG손보 인수와 자신들의 거취를 연관짓는 것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관련기사:☞KB사태 책임론 불구..KB금융 이사회 사퇴 거부'
 
윤 회장 내정자로서는 사외이사진을 얼마나 빨리 설득할 수 있을지, 금융권과 당국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을지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백억 시간외수당 어떻게..노조와 관계 유지 과제
 
윤 내정자가 차기 회장으로 등극하는데 일조한 국민은행 노조와의 관계 유지도 과제다.
 
국민은행 노조는 올해 초 국민카드 정보유출 사건으로 직원들이 야근·휴일근무 등에 시달렸지만 특별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21일 회장 취임과 함께 국민은행장까지 겸임하는 윤 내정자로서는 풀고 가야 할 문제다.
 
당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 전 행장이 구두로 특별수당 지급을 약속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시간외근무수당을 포함한 특별수당은 65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현재 박지우 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는 협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날부터 윤 내정자가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원들과 현안 토론을 이어가는 만큼 시간외수당 문제 대한 방향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노조는 '취임도 하기전에 실력 행사를 한다'는 부정여론을 의식한 듯 공격적인 요구는 자제하고 있다. 노조는 "전임 행장이 약속했던 부분들"이라며 "새 행장이 취임하기 전에 해묵은 과제는 털고 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노조와의 관계 유지는 국민은행의 인사 혁신을 위해서도 윤 내정자에게 필요하다. 그간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 국민은행 내 채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사간의 궁합이 중요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과거 경영진들은 조직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채널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역이용하기도 했다"며 "노조의 환영을 받고 취임하는 윤 내정자의 리더십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국민카드-현대차 수수료 분쟁 시한폭탄..매출 타격 우려
 
다른 계열사인 KB국민카드에서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두고 현대자동차와 '벼랑 끝 대치'를 하고 있다. '관련기사: ☞현대車-KB국민카드, 가맹 계약만료 열흘 연장..해피엔딩 '불투명''
 
최근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는 복합할부 가맹점 수수료율을 놓고 극명한 입장차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현행 1.85%인 수수료율을 0.7%로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KB국민카드는 1.75% 이하로는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초 계약 만료일이었던 지난달 31일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과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이 만나 오는 10일까지로 계약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KB국민카드의 설득에 만료일을 연장했지만 양사간 최종 계약이 연장될 지는 미지수다. 수수료율에 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카드가 현대차를 놓칠 경우 매출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카드의 현대차에 대한 가맹점 매출은 4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지주사 및 계열사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윤 내정자에게 재신임을 물어야 하는 계열사 대표들도 사태 해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윤 내정자는 계열사 임원 인사에 대해 "조직 안정화를 위해 정기인사 때까지 지주사 및 계열사 인사를 미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성과와 실적에 따라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번 사태 해결이 계열사 사장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회장이 내정자 신분으로 과제들을 직접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업무 보고 및 논의를 통해 지침을 내려줄 것"이라며 "직무대행을 맡거나 재신임을 앞둔 계열사 임원들도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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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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