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페인트업계가 건축용 페인트 부진에 발목 잡혔다. 건축용 페인트는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마진이 높지 않아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는 마른장마로 장마철을 무난히 넘겼지만 가을장마로 우기가 길게 분포되면서 계절적 요인이 비우호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마른장마로 평년 대비 강수량이 53% 줄었던 장마철과 달리 8월에는 이른 가을장마로 평년 대비 강수량이 138% 급증했다. 나크리, 할롱 등 태풍의 영향까지 받으며 여름장마 이후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일반적으로 장마철은 건축용 페인트의 비수기로 통한다. 비 오는 날이 이어지면 작업일수가 줄어들고, 수요가 감소하는 탓이다.
건축용 페인트의 경우 진입 장벽이 낮아 업계별 경쟁이 치열하고 마진 또한 낮은 부문에 속한다. 현 상황에서 업계는 3분기 계절적 장벽까지 만나면서 수익성이 더 줄어들었다. 통상 비수기로 통하는 장마철에, 가을장마까지 더해져 3분기 건축용 페인트의 시장이 제한됐다는 설명이다.
삼화페인트(000390)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9.4% 감소했다. 외형적 성장에도 실제 손에 남는 수익성은 감소했다. 회사 측은 "수익성 감소의 한 요인은 건축용 페인트라며, 매출이 늘었음에도 마진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KCC(002380)도 3분기 전체 실적은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지만, 페인트 부문의 경우 2분기와 마찬가지로 수익성 감소가 전망되며,
건설화학(000860) 등 건축용 페인트가 상당 부분 차지하는 경우에는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평년보다 비가 오랜 기간에 걸쳐 내려 건축 경기와 별개로 작업환경이 제한된 측면이 크다"며 부진의 요인을 '날씨'에서 찾았다. 다른 관계자도 "건축용 페인트는 경쟁이 치열해 마진이 낮은 편인데, 올해는 계절적 영향까지 더해져 심한 경우 마진이 1~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페인트업계에서 건축용 페인트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는 점이다. 전체 매출에서 건설화학은 절반 이상을, 삼화페인트와
노루페인트(090350)는 30%에 준하는 규모를 차지하고 있으며, KCC도 매출의 20% 정도가 건축용 페인트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계절성을 탈피한 제품군 확대와 건축용 페인트의 마진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론이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사계절 고루 매출이 발생하면서 마진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축용 페인트에서도 기능성 페인트의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며 "형상복원, 내화성, 부식방지 페인트 등 고마진을 낼 수 있는 제품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