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급매물 외에는 거래가 잘 안돼요."
서울 강남 개포동 일대 중개업소들의 한숨섞인 말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주공 1단지 구 13평이 추석 전 7억2000만원에서 현재 5000만원 떨어진 6억70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흥정도 못 붙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올해 하반기 강남 재건축 시장이 부동산 시장의 핵으로서 온기를 전하나 싶더니 최근 주춤하고 있다. 이는 강남3구와 강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이를 위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나 연장 등 후속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부동산 과열기던 지난 2006년 5월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된 규제 방안이다. 그러나 시장이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자 정부는 지난 2012년 11월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 시행을 유예했다.
초과이익 환수 대상이 되면 재건축 사업을 통한 집값 상승분에 따라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금액이 5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최소 10%에서 최대 50%에 달하는 금액을 지자체에 납부해야 한다. 다만,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이뤄지면 초과 이익금은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박준 잠실박사 공인중개사 대표는 최근 또다시 찾아온 침채에 대해 "9.1대책을 100으로 봤을 때 최근 20~30%까지 거래가 줄었다. 가격도 3000~4000만원 떨어졌다"며 "잠실주공 5단지는 사업계획인가를 받아야 하고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모자라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박 대표는 "넓게 봤을 때 올해 말 초과이익환수제가 종료된다면 초과이익 환수금액을 물어야 하는 곳은 340여개 단지로 정권에 문제가 생길 정도"라며 "이번 달 국회에서 폐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안 된다고 해도 1~2년 연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둔촌주공 드림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구 25평 기준 6억~6억2500만원을 웃돌았지만 10월 초부터 6억1000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싼 매물 외에는 거래가 안 된다"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나 연장,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런 부분이 완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일부 단지는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 또 물리적으로 시기가 어려운 단지는 국회만 바라보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업속도가 빠른 개포주공 2단지는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가락시영 역시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접수할 예정이다.
나봉기 개포주공2단지 조합장은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는 폐지 돼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움직이지 않으니 많이 걱정된다"며 "올해까지는 (관리처분인가)접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드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락시영 조합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도달했다"며 "(초과이익환수제 종료를)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2월 총회 이후 바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앞으로 계획을 전했다.
개포시영은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시공사와 협상을 마치는 대로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예정이지만, 관리처분인가 신청은 내년 초 1~2월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국철 개포시영조합 총무이사는 "관리처분 신청을 서두르다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며 "시공사와의 본 계약이나 아파트 품질의 고급화를 위해 내년 초쯤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오는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정부가 내놓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에 대한 입법이 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야당이 법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여야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2단지. (사진=문정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