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상한제 폐지, 과연 단통법 대안일까

업계, 합리적 차등·지원금 후불제 등 대안 제시

입력 : 2014-11-10 오후 7:11:08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지원금 상한제' 폐지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상한액을 없애 업계의 자율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업계에선 이같은 효과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지원금 상한액'은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그 재원으로 투자확대·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목적으로 설정됐다.
 
이통시장의 경쟁구조가 개선될 때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으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단통법 시행에 맞춰 지원금 상한액을 30만원으로 정해 공고했다.
 
이 30만원 상한액은 이통사의 가입자 1인당 예상이익, 평균 단말기 출고가 변화,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아이폰6 대란까지 터지자, 시장 질서를 강제로 억누른 지원금 상한액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여야, 잇단 폐지안 발의.."지원금 상한은 경쟁 촉진 저해"
 
지난 8일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의원은 지원금 상한액 폐지를 포함한 단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이통사와 대리점, 판매점이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 상한을 폐지하고 이용자의 가입 유형이나 요금제 등에 따라 지원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통사가 대리점 및 판매점에 장려금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거나 이용자에게 지원금 차별을 못하게 했던 특약 관련 규제도 폐지하도록 했다.
 
한 의원은 "현 단통법은 지원금에 상한을 둬 이통사와 제조사 간 경쟁을 저해한다"며 "소비자 권리를 약하게 하는 '무늬만 규제'인 단통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도 지원금 상한액 폐지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도 이달 중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시장만 위축시킨 단통법을 개선하기 위해선 보조금 상한을 없애 자율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업계 "폐지만이 해답 아냐"..합리적 차등·지원금 후불제 등 대안 제시
 
그러나 정작 단통법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지원금 상한선 폐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선 주무부처인 방통위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액을 없앤다고 해서 이통사가 지급하는 지원금 규모가 확대된다는 보장도 없다"며 "지금 제기되는 주장대로 시장 경쟁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3년 일몰제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한액 폐지의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봐야겠지만 그것만이 해답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통업계도 지원금 상한액 폐지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침체로 경쟁을 활성화할 필요는 있지만 상한선을 폐지하면 과거의 이용자 차별이 재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마케팅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상한액 폐지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단통법의 큰 취지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으로도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안들이 검토돼야 한다"며 "예컨대 신규·번호이동과 기기변경 가입자 간에 합리적인 범위에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번호이동 시장이 침체되면서 단말기 판매량 감소, 경쟁 축소 등이 나타나고 있고,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자들은 통신사 이동에 따른 기회비용을 보상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신규·기변 합리적 차등'을 통해 적절한 시장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경쟁 침체 요인으로 가입유형별 차등지급이 불가한 점을 꼽았다. 그는 "마치 상한선 때문에 이통사가 지원금을 못 올리는 것처럼 돼있지만 사실 모두에게 다 똑같이 줘야한다는 규정 때문에 늘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금 있는 상한선도 그만큼 지원금을 안채우는데 폐지한다고 해서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란 전망엔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명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가입 유형이나 요금제 등에 따른 지원금 차등 지급'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다른 관계자는 "6개월이 지나면 방통위 권한으로 상한액을 조정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그 때 상향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상한액을 폐지해도 공시제도가 있는 한 업체간 경쟁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쪽에선 '지원금 후불제'를 대안으로 내놨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관계자는 "대다수가 쓰는 중저가 요금제에 지원금을 올리는 정책이나 지원금 후불제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금 후불제는 2년 이상 장기고객 등에게 후불로 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라며 "그동안은 단말기를 자주 교체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원금을 받아갔지만, 후불제를 도입하면 장기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 불필요한 기기 교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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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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