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내놓은 고강도 개혁안을 두고 당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김문수 보수혁신특위 위원장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세비동결과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 9개항에 대한 1차 보고를 가졌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이 정치를 불신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을 마련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정당 개혁, 정치제도의 개혁 등 3개 파트로 나눠 혁신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혁신의 첫걸음'으로 밝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는 ▲2015 국회의원 세비 동결 ▲체포동의안 관련 체포동의요구서 72시간 후 자연가결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무회의 무세비, 불출석 무세비 ▲세비조정위원회 설치 ▲국회윤리특별위원회 기능강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 등 모두 9가지의 혁신안이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1단계를 끝냈으며, 앞으로 두차례 회의에 거쳐서 정당개혁에 대한 얘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향후 진행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혁신특별위원회 결과보고를 하고 있다.ⓒNews1
◇"세비혁신안, 시스템 개선 필요..출판기념회 금지는 위헌"
그러나 당내에서는 "보수혁신특위가 아니라 국회의원 기득권 박탈위원회"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는 특히 '국회의원 세비 동결'과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일었다.
보수혁신위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 세비 인상과 관련해 이번 회기 세비인상안을 반대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또 '무회의 무세비, 불출석 무세비'의 원칙으로 세비 혁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 유재중 의원은 이 안에 동의하며, 나아가 "고통분담 차원에서 세비를 20% 더 삭감하자"는 의견을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비 동결 혹은 삭감에 반대 의사를 표현한 의원도 많았다.
심재철 의원은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무노동 무임금'을 세비에 적용하자는 것은 원칙은 맞지만 시스템을 고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고, 권은희 의원은 "세비에 의존해 생활하는 의원들도 있는데 이런 분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원들에 따르면 김진태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다. 세월호법도 위헌인데 출판기념회를 막는 것도 위헌이다. 국회가 자꾸 위헌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의총 발언 후 기자들과 만나 "보수가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지를 얘기해야지 가지고 있는 손발 자르는 얘기만 한다"며 "출판기념회에 문제가 있다면 내용을 고쳐야지 기념회 그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 포퓰리즘·현안에 급급한 성과물"
이날 혁신위의 발표 내용에 대해 의원들은 혁신위가 '보수혁신'이라는 물줄기는 건들이지 못하고 '포퓰리즘적 성과'만 내놨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의원은 "보수혁신위의 출범 취지는 새누리당을 새롭게 건설하기 위해서였다"면서 "하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물은 취지에 상당히 못 미치고 있다. 절박함과 치열함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현재까지 결과물을 보면 세비 동결, 체포동의요구서 자연가결,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등이다. 이런 권한 박탈, 축소, 금지 조항은 다소 포퓰리즘적이고 현안에 급급한 성과물"이라며 "혁신이란 당장에 국민 박수를 받는 것보다 때론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이를 견디면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충고했다.
김성태 의원도 이날 발표 내용을 들은 후 "혁신위를 혁신해야 된다"며 "이건 보수혁신위가 아니라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발표된 내용들은 대부분이 모두 백화점식 인기영합형 안들"이라며 "이런 인기영합 대안이 국민들에게 일시적으로 청량감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진정한 보수혁신의 가치로서 사회 갈등을 치유하는 해답은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인기영합형 안에 대해 다시 재고하고, 진정한 보수진보가 대한민국 사회 아우르기 위해 정치권력과 또 권력과의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내용 공개 안돼" vs. "국민 오해 우려"
이날 의총에서는 보수혁신위의 논의 및 발표 진행과정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혁신위가 당내 의원들과는 소통하지 않은 상태로 회의 내용을 즉각 외부로 공개하면서 마치 방안이 정해진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민식 의원은 "혁신위에서 상당히 두꺼운 책도 만들어 내고 언론에 즉각 공표하는 마당에 사후적으로 의원총회를 열면 생산적인 의견 수렴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진태 의원도 "의원들의 내부 얘기는 듣지 않고 혁신안을 다 만들어 놓은 뒤 사후 절차처럼 추인을 받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여기서 반대하는 의원들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게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진행절차와 관련해 혁신위 쪽에서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김 위원장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언론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때문에 모든 회의의 전 과정을 공식 발표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 일정상 지난달 7일부터 3주에 걸쳐 국정조사가 진행됐고, 국감이 종료되자 마자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가면서 현실적으로 혁신안이 만들어질 때마다 의원들과 논의하는 것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날 의원들의 의견 개진이 종료된 뒤 김무성 대표는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과정"이라며 "오늘 발표한 혁신안은 첫단계에 불과하니 지켜봐달라"고 의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