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7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북.미 양자회담 재개 시점과 관련, 2006년 북한의 핵실험 때와는 달리 조기에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이날 KEI가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연 북한 로켓 발사 관련 설명회에서 이같이 분석하면서 현재로선 회담을 서둘러 재개하려는 것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가 열린 런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둘러싼 미국 내 상황이 그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며 2010년 중 어느 시기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북.미 양자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북한의 지난번 핵실험 직후엔 양자회담이 15일 만에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종전처럼 빨리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빨리 열릴 경우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을 축하해주는 모양새가 되고 또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 볼 때도 조기 재개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북한의 핵실험 당시 북.미 양자회담이 그렇게 빨리 열릴 수 있었던 이유도 중국이 핵실험에 대해 북한이 너무 많이 나갔다고 격노했기 때문이며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정한 냉각 기간이 지난 뒤 미국이 보즈워즈 특별대표 등을 통해 고위급 대화를 추진하고 북한이 이에 동의해서 협상과정이 시작되는 게 가장 예상되는 시나리오지만 최악의 경우엔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한 것처럼 미국과도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둘러싼 유엔 안보리 논의 결과와 관련, 프리처드 소장은 새로운 제재 결의안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주발사체인 인공위성이 탄도미사일과 같은 것이라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프리처드 소장은 "북한 로켓 발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이번 발사가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 위반이라는 지적을 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프리처드 소장은 "한.미 FTA의 가능한 처리 시점을 전에는 빨라야 2010년 초가을 정도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이것이 더는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미FTA 통과에 장애가 되는 환경요인들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진전을 이루기를 정말 원하며 우리 참모들이 어떻게 진전을 이룰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것이라면서 이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한.미FTA의 최대 장애요인의 하나인 미국의 자동차 산업도 최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전격 사퇴하고 막판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으며, 크라이슬러도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합병을 추진하는 등 상황이 크게 변화하고 있어 자동차산업 환경이 60-90일 후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환경이 바뀔 경우 미국 정부로선 한.미FTA를 수용하기가 훨씬 더 쉬워질 것으로 프리처드 소장은 평가하면서 "한.미FTA 전망에 대해 보장할 수는 없지만, 그전보다 상황이 훨씬 좋아졌고 아마도 2010년 중 어느 시점에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