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임기가 1년 4개월 남아있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다. 최 원장에 그치지 않고 감독당국 임원들의 줄사퇴도 예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TX 부실 대출과 KT ENS 대출사기 등에 대한 책임으로 금감원의 대규모 징계를 앞둔 은행권은 제재 수위가 낮춰지는 호재가 있지 않을까 기대감도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날 오후 일신상의 이유로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금융위는 최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으로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뽑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상태다.
앞서 최 원장은 카드업계의 1억여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책임과
KB금융(105560) 내분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에 시달렸다.
특히 최 원장은 KB금융의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연기하거나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뒤집는 등의 행동으로 행동으로 금융권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사태에서 징계 수위가 여러 번 뒤집어졌고 이 과정에서 금감원 내부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기도 했다"며 "수장이 물러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장 사퇴에 이어 수뇌부 교체까지 거론되면서 감독당국의 무차별적인 금융사 제재 기조도 다소 수그러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오는 2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산업은행 임직원에 대한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8월 금감원은 STX 부실대출과 관련해 부행장급을 포함한 산은 임직원 20여명에 대한 제재 내용을 사전통보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을 이유로 국책은행 임직원들이 대규모 징계를 받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통상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금융당국과 은행간의 공조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음달에는 3000억원대 KT ENS 협력업체의 대출사기사건에 연루된 하나·국민·농협은행과 저축은행 9개사의 임직원 100여명에 대해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
금감원은 국민의 혼란을 일으킨 금융사고에 대해 임직원들도 일벌백계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사후적인 제재만능주의에 빠져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이런 기조는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금융사 직원의 제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보신주의를 타파하려는 정책과도 배치돼 왔다.
금융위는 은행 등 금융사들이 과도한 제재 때문에 안전한 담보위주의 대출만을 내주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일정기간이 지나거나 고의·중과실이 없는 대출 등에 대해서는 면책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또 개인 등 일반 직원들에 대한 제재도 폐지하고 기관 중심의 제재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 은행의 임원은 "부실기업 처리나 중소기업 대출 취급에서 금융사 임직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부와 금감원의 징계 방침 가운데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다만 차기 금감원장이 업무 파악에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해당 제재건들이 이미 금감원장의 영향력을 떠난 상황이라 징계 수위의 변동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 원장의 징계 수위 방침이 내부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으나 은행이 잘못 대출해 준 책임이 있는 사안은 적합한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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