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갑을 논란'에 병드는 자전거

①"삼천리자전거, Family 같지 않은 패밀리정책"

입력 : 2014-12-03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갑(甲)의 사전적 의미는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를 이르고, 을(乙)은 둘째를 의미한다. 한편으로 이 둘은 두 개 이상의 사물이 있을 때 그중 하나의 이름을 대신해 이르는 말이라는 공통적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통상 사회적 개념으로는 갑은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자로, 을은 그 반대를 통칭하고 있다. 남양유업 영업사원, POSCO 왕상무의 라면, 아모레퍼시픽의 횡포 등이 단적인 예다. 자전거업계에도 이런 논란이 있다. 자전거업계에서 70여 년 간 1위를 수성 중인 삼천리자전거도 '갑을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편집자]
 
삼천리자전거(024950)는 명실상부한 자전거업계 1위 기업이다. 4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뿐만 아니라 이달에는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등 업력도 깊다.
 
하지만 업계의 동반자인 대리점과 경쟁업체들로부터 '1위 같지 않은 1위'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독점거래 정책을 표방하는 패밀리정책, 타사와 유사한 제품 출시·이로 인한 법적 공방, 김석환 삼천리자전거 대표가 역임 중인 한국자전거공업협회의 유명무실화 등이 1위의 명성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일무이 1위..그 힘은 '대리점'
 
삼천리자전거는 지난 2012년 연매출 1000억원 돌파 이후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삼천리자전거 매출액 추이.(자료=전자공시시스템)
 
업계에서는 MB정부의 자전거정책으로 탄력을 받았다는 의견과 함께 2011년 이후 시작된 '패밀리 정책' 등 영업환경 개편이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밀리정책은 삼천리자전거 대리점에서는 오직 삼천리자전거 제품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올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는 국내에 있는 2500여개의 소매업체(대리점과 대형할인점)와 150여개의 도매업체 가운데, 1250여개의 대리점과 이마트, 코스트코를 비롯한 120여개의 대형할인매장, 여러 도매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38.0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계열회사 참좋은레져(094850)가 468여개의 대리점을 확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삼천리자전거의 대리점 영업력은 시장에서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자사 실적의 1등 공신인 대리점에 대한 '횡포'가 상당하다는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Family장려금 추가하며, 자사제품만 판매 강요 
 
<뉴스토마토>가 삼천리자전거 대리점들을 직접 찾아 취재한 결과, 삼천리자전거는 연매출 9500만원 이상은 판매금액의 1%, 2억원 이상은 2%, 4억원 이상은 3%, 8억원 이상은 4%를 판매장려금으로 지급하는 등 매출에 따라 리베이트를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스토마토)
 
A대리점 관계자는 "당월 판매분을 당월 말까지 현금으로 입금할 경우 1%를 리베이트로 지급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자전거업체가 판매금액별 리베이트제를 시행하고 있어 리베이트 자체가 큰 문제가 될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는 3~4년 전부터는 'Family 판매장려금'이란 명목으로 삼천리자전거 간판을 달 경우 삼천리자전거 제품만 취급하길 강제한다는 점이다. 
 
삼천리자전거는 현재 'Family 판매장려금'을 통해 자사제품 100% 취급점에 한해 판매금액의 3%를 현금으로 무통장 입금해주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 또한 판매독려의 한 수단이기 때문에 이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대리점 관계자들은 말한다. 
 
다만 이 패밀리제도가 선택사항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이 때문에 판매의 자율권이 보장되지 않는 등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 대리점주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판매채널 정리작업을 통해 독점거래정책을 도입했고, 공정거래에 어긋날 수 있어 패밀리제로 명시해 시행 중이지만 강한 구속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삼천리자전거 상호가 대리점 영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회사 이미지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며 "타사 제품을 들여놓았을 때 제품 신뢰도 등에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있었고, 이는 삼천리자전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사 제품 취급률을 높이게 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Family 같지않은 패밀리제도 
 
하지만 대리점들의 말은 다르다. B대리점 관계자는 "Family 판매장려금의 경우 분기별 매출 500만원 이상일 경우만 해당되기 때문에 영세한 대부분 대리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특히 리베이트 3%를 포기하고 타사 제품을 놓고 싶지만, 그럴 경우 본사의 횡포가 상당하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타사 제품을 들여놓을 경우 간판을 취소한다고 윽박지르기 일쑤"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사진=뉴스토마토)
 
대리점주 입장에서는 다양한 소비자를 상대하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는 것이 이득이다. 특히 자전거의 경우 가을과 겨울철에는 마이너스 매출을 보이는 등 계절에 민감하기 때문에 한 해 장사를 잘하려면 성수기 때 수익을 많이 내야 한다.
 
C대리점 관계자는 "타사 제품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삼천리자전거 간판을 내리고 다른 제품을 취급할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70년의 브랜드 인지도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다"며 "예전에는 타사 제품을 자율적으로 취급할 수 있었는데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올해는 중국에서 인건비가 올라 인기 상품의 경우 생산이 수요를 못 따르는 문제도 있었다"며 "타사 제품을 취급했다면 유사한 제품 판매로 수익을 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현 상황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2011년 코렉스자전거 인수전에서 삼천리자전거가 알톤스포츠(123750)에 밀린 이후 삼천리자전거의 자사제품 취급강요가 심해졌다"며 "알톤스포츠 제품을 몰아내기 위한 정책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천리자전거는 어느 모로 보나 업계의 절대적 강자인만큼 대리점주와 더불어 상생하는 1위 다운 면모가 부족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삼천리자전거의 패밀리정책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전거 대리점은 가맹계약에 의해 일정지역의 독점적인 운영권을 부여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아닌 제조업자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아 자신의 책임 하에 판매나 공급업무를 수행하는 유통판매업체, 대리점에 속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제품 취급과 이에 따른 일방적 거래계약 해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한 관계자는 "고객 신뢰도 차원에서 삼천리자전거 간판을 달 경우 삼천리자전거의 제품 비중이 높아야겠지만, 대리점들에게 강제할 사항은 아니다"며 "직영점이 아닌 대리점에 삼천리자전거 제품 100% 취급을 강요하며, 간판 취소 등의 행위를 취하는 것은 우월적지위를 활용한 불공정 행위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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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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