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금융위원회가 20일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른바 KB사태로 촉발된 사외이사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외이사 제도는 지난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대주주 전횡과 최고경영자(CEO)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도입 이후 16년이 흘렀지만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은 떨어지고, 경영진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경영진과 갈등을 빚는 등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일부 사외이사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서 권한만 있고 때로는 책임은 지지 않는 경향도 있었다"며 "특시 사외이사들이 특정전문직이나 직업군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자기권력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금융발전심의회가 열리고 있다.ⓒNews1
실제로 지난 9월말 현재 신한·KB·하나·舊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주요 출신 현황을 살펴보면 교수·연구원이 50%(16명)로 압도적이다. 공무원과 기업인, 금융인이 12.5%(4명)였고 법조인이 9.4%(3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른바 관피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면서 지난해 3월말 23.5% 수준이던 공무원 비중이 줄어든 반면, 교수·연구원 출신이 26.5%에서 50%로 급증했다.
이에 금융위는 사외이사 구성에 '다양성'을 명시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의 경우에도 구성의 다양성을 넣고 다양한 분야로부터 금융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가 포함되도록 했다.
또 기존에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시스템이 미비해 기존 사외이사 추천에 의존하는 현실을 반영해 사외이사 지원부서에서 후보군을 상시·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분기별 1회 보고토록 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사외이사 교수 비율이 어느 정도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금융회사 실무경험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학계비율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사외이사 제도 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한 만큼 당장 현재 금융사 사외이사 체제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금융당국의 자신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한 KB금융에 관심이 모아진다. KB의 경우 9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이 교수로 채워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마련되면 실무 경험이 없는 교수나 공무원들이 사외이사 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KB의 경우 현재 사외이사 중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