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정부가 9일 30억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외국환평형채권(외평채)을 발행했다. 이번 외평채 발행은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으로 발행에 실패한 이후 이뤄진 것으로 정부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가산금리가 1년 전보다 3~4배 높은 수준이고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에 비해 100bp(1bp=0.01%p)나 높게 조달돼 투자자들이 아직 한국 경제에 대한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발행한 외평채는 5년 만기 달러표시 채권 15억 달러와 10년 만기 채권 15억 달러 2종류로 구성됐으며 각각 미 국채 금리 대비 400bp와 437.5bp의 가산금리가 붙었다.
투자자 분포를 살펴보면 10년물의 경우 미국계가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고, 5년물의 경우에는 아시아 국가가 40%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5년물 달러화 표시 채권에 성공, 한국물 해외 채권의 대부분인 5년물의 가산금리를 보다 명확히 제시한 점이 높이 평가된다.
또 2006년 이후 중지됐던 10년물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도 재개돼 다양한 만기의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 정부 "한국 경제 신뢰 확인"
정부는 지난해 9월말 외평채 발행을 시도했다가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발행을 포기한바 있다.
그러나 이번 외평채 발행을 통해 북 로켓발사 등 대내외적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확고한 기준금리를 제시해 향후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보다 낮은 금리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금번 외평채 발행은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필요했다고 판단한다.
김익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외평채 발행은 외화 유동성 확충의 측면도 있지만 우리 경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해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총 30억달러의 적지 않은 규모를 발행했다는 것은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또 "이번 채권 주문규모가 발행예정 금액이었던 10억~20억달러의 4배가 되는 총 80억달러였다"며 "여기에 발행 규모를 30억달러로 증액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외평채 발행 잔액은 총 70억달러로 만기별로는 2013년 10억달러, 2014년 25억달러, 2015년 5억유로, 2016년 5억달러, 2019년 15억달러, 2021년 3.75억유로, 2025년 4억달러가 된다.
◇ 금리 수준은 적정한가
이번 외평채 금리 수준에 대해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한국 신용등급 A2보다 2~3단계 높은 중동의 아부다비 정부(Aa2) 채권과 동일 수준의 금리로 발행됐다는 것.
또 산업은행 가산금리 675bp를 비롯 수출입은행 678bp, 하나은행 정부 보증채 535bp보다 대폭 낮은 금리로 조달돼 적정 수준으로 평가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에는 경제여건이 너무 안 좋아 채권조달을 시도하기도어려웠지만 지금은 진정국면에 있다보니 발행이 가능한 것"이라며 "1년전에 비해 3~4배 높은 수준으로 조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경기 상황에 비춰 양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현석원 LG경제연구소 금융경제실장은 "400bp는 높은 수준이지만 국제 금융 시장 상황에 비춰 성공적으로 발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보는데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 연구원은 "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는 통상 같이가는 것이 정상"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CDS프리미엄이 300bp로 떨어져있는데 외평채 가산금리가 100bp차이가 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