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윤덕수는 아버지의 성함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이 말을 내뱉고는 잠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을 붉힌 듯 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윤제균 감독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때 윤 감독은 <국제시장>을 두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면서 영화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24일 서울 CGV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은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치열하고 고단하게 살아온 한 남자 덕수와 그 가족의 일대기를 그렸다.
흥남철수 때 동생을 놓친 것 때문에 아버지와 생이별하게 된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가는 덕수는 홀로 계신 엄마(장영남 분)와 두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돈을 벌기 위해 서독의 광부가 돼 목숨을 잃을 뻔 했고, 여동생(김슬기 분)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쟁터인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는 인물이다. 생고생을 다 하면서도 정작 그 고생의 중심에는 자신이 없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린 영화가 <국제시장>이다.
그간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으로 출발해 <해운대>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윤제균 감독은 제작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퀵>, <스파이>와 같은 대형 블록버스터를 주로 제작했다. 여기저기서 폭발물이 터지고 강한 액션이 담긴 영화를 즐겨왔다. 하지만 <해운대> 이후 5년 만에 자신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이번만큼은 스토리텔링을 들고 나왔다. 왜 <국제시장>을 만들게 됐는지 궁금했다.
윤 감독은 "개인적으로 지금 현 세대가 신세대와 구세대로 나뉘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젊은 세대 분들에게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어르신들 부모님 세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부모님 세대는 반대로 영화를 보면서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배려했으면 한다. 소통하길 바라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제시장>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극중 윤덕수와 영자는 윤 감독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이다. 윤 감독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님이 대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그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며 "당시 돌아가셨을 때 감사하다는 말을 못드렸다. 그래서 영화로나마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26분의 러닝타임을 이끌고 가는 황정민 역시 아버지라는 단어에 남다른 감정이 있다고 밝혔다. 덕수의 아내 영자를 연기한 김윤진도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황정민은 "아버지라는 단어에 대한 먹먹함이 분명히 있다. 늘 큰 산 같은 존재로 내 가슴 속에 있다"고 말했으며, 김윤진은 "내가 10살 때 이민을 갔다. 부모님이 처음 이민 갔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며 "많은 생각이 났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어린 나이에 이민 갔을 때의 경험, 외국인이 느끼는 서러움이랄까 그런 감정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부터 씨름선수 이만기, 앙드레 김, 남진 등 당시 시대의 아이콘들이 다수 등장한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은 채 당시의 문화와 경제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 이유에 대해 윤 감독은 "정치 부분은 일부러 뺐다. 정치를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라며 "영화의 내용과 부합하는 경제, 사회, 문화의 인물들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영화의 배경이 된 시대가 80년대초까지다. 그 때는 경제화가 화두였다. 그 이후인 80년대초부터 2000년대초까지의 화두는 민주화였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했다. 50~70년대까지 경제화를 위해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맸던 부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오는 12월 1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