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한화그룹이 26일 삼성그룹으로부터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 4곳을 인수하게 되면서 석유화학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한화가 이번 인수를 통해 업계 1위인 LG화학을 단숨에 제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과 여천NCC의 지분 50%를 포함해 인수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을 모두 합치면 18조823원이 된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17조5452억원으로 간발의 차로 1위 자리가 바뀌는 셈.
일각에서는 LG화학의 경우 최종 석유화학 제품을 기준으로 매출을 집계 했기 때문에 이전 단계의 매출을 모두 포함하면 20조를 넘어선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은 PVC와 LDPE 집중돼 있었지만 삼성토탈 인수로 PE를 비롯한 합성수지 부문이 강화됐다"면서 "LG화학,롯데케미칼과의 경쟁 품목이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사업부문은 한화케미칼과 여천NCC(지분 50%)로 구성된다. 여천NCC는 나프타분해센터(NCC)를 보유해 석유화학 제품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이를 공급받아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염화비닐(PVC), 염소가성소다(CA)를 생산하는 구조다.
한화그룹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통해 기존 에틸렌 계열 합성수지 제품을 강화하는 한편 PTA(고순도테레프탈산)와 파라자일렌(PX), 휘발유와 항공유 등으로 생산 품목이 확대됐다.
삼성종합화학은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PTA(고순도테레프탈산)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매출은 2조364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시황 악화로 5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종합화학은 지난 6월 삼성석유화학과 합병해 재탄생했으며, 삼성토탈 지분 50%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삼성토탈은 2003년 삼성종합화학과 프랑스의 토탈그룹이 50 대 50 비율로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국내에서 네번째로 큰 10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보유하고 있다. 또 PE·PP 등의 합성수지와 항공유·휘발유·액화석유가스(LPG) 등의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삼성토탈은 지난 6월 알뜰주유소 3차연도 2부 시장 입찰에서 휘발유와 경유 공급사로 선정되며 '제5의 정유사'로 자리매김할지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7조8691억원, 영업이익은 5496억원을 기록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톤으로 증대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다.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를 대량 구매해 원가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
또 나프타-콘덴세이트-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기존 에틸렌 일변도의 제품군에서 탈피해 폴리프로필렌, 파라자일렌, 스티렌모노머 뿐만 아니라 경유, 항공유 등 에너지 제품 등으로 수익처 다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기존 일부 주력 제품의 경쟁력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돼, 안정적인 수익성장의 기반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종합화학 지분 19%를 그대로 보유한 우호 주주로 남으면서 한화와 삼성은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