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삼성 석유화학 계열 인수는 '끼워팔기'였을까?

석유화학 공급 이원화로 물류비 절감 효과 기대
캐시카우 될 토탈이 종합화학 부진까지 상쇄할 것

입력 : 2014-11-28 오후 4:59:13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한화그룹이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을 품기로 함에 따라 인수합병(M&A)에 따른 득실에 관심이 모아진다.
 
두 회사는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인수효과의 그늘에 가려 '끼워팔기'로 딸려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지분관계가 얽혀 있는 석유화학 계열사를 사들여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전문가들이 내리는 평가는 달랐다. 삼성토탈은 인수금액 대비 기업가치가 높아 M&A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삼성종합화학은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 향후 전망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석유화학 업황이 침체에서 벗어나면 삼성토탈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맡으며 삼성종합화학은 물론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사업 부문의 부진을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토탈 BTX 사업, 현재는 '흐림'..향후 전망은 '맑음' 
 
28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삼성토탈은 기존 석유화학 기업과 달리 정유사의 정제 처리시설과 유사한 콘덴세이트 분해설비(CFU)를 보유한 덕에 지속적인 성장이 점쳐진다. CFU를 통해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나프타와 BTX(벤젠·톨루엔·자일렌)를 모두 얻을 수 있어서다.
 
특히 전문가들은 BTX 부문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2016년부터 미국에서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분해시설(ECC)을 본격 가동하게 되면 나프타분해시설(NCC)에서 나오는 에틸렌은 경쟁력을 잃게 되지만, 반대로 BTX는 공급부족에 직면할 전망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원유를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제품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과 BTX 등 기초유분을 얻는다. NCC에서 나오는 기초유분의 비중은 에틸렌 35%, BTX 화합물 20%, 프로필렌 15%의 순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셰일가스 기반의 ECC에서는 에틸렌의 생산량이 80%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BTX는 고작 1%밖에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BTX는 거의 모든 화학제품의 기초원료 쓰이기 때문에 NCC가 ECC에 밀려날 경우 NCC 중심의 아시아권 석유화학 기업들은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BTX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공급부족으로 인해 판매가격이 급상승하는 호재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금 당장은 업황 침체로 수익 기여도가 떨어지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캐시카우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석유화학 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개발로 인해 정유사와 석유화학 업체들이 NCC 사업에서 발을 빼고 ECC 기반 사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면서 "당장 BTX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부진으로 고전이 예상되지만 향후에는 공급부족이 우려되기 때문에 수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진단했다.
 
◇나프타 공급 이원화로 물류비 절감..한화 '여수' 삼성 '대산' 전담
 
올 하반기 본격 가동되고 있는 CFU는 삼성토탈의 매출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토탈은 현재 파라자일렌(PX)과 스티렌모노머(SM)을 생산하는 화성사업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인 가운데 항공유와 발전용 연료 등을 생산하는 에너지사업(27%),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생산하는 합성수지(25%)의 순으로 짜여져 있다.
 
CFU 가동이 본궤도에 오르는 내년에는 40(화성사업):40(에너지사업):20(합성수지)의 비율로 조정돼 매출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연간 매출은 지난해 7조8691억원 대비 1.7배 가량 증가한 13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침체일로인 석유화학 업황만 개선된다면, 충분히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대 회사 간 사업에서도 상호보완적 관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NCC 사업이다. 한화케미칼은 전남 여수에 대림과 합작한 여천NCC(에틸렌 기준 연산 191만톤)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토탈은 충남 서산에 100만톤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춰 총 291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한화그룹은 나프타 공급처가 이원화된 점을 적극 활용해 한화케미칼이 여수국가산업단지를 담당하고, 삼성토탈이 대산석유화학단지를 맡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산단지에 위치한 석유화학업체가 여천NCC로부터 나프타를 구매했다면 향후에는 삼성토탈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자체 분석결과 여수 산단은 여천NCC가 전담하고, 대산단지는 삼성토탈이 맡게 되면 물류비가 크게 절약되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원가 개선효과가 크기 때문에 나프타 공급을 이원화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삼성종합화학, 中 PTA 자급률 100% 달성으로 전망 '불투명'
 
반면 삼성종합화학 인수는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종합화학이 생산하는 PTA(고순도 테레프탈산)의 경우 주도권이 이미 중국으로 넘어가 사양산업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합성섬유·페트(PET) 필름의 중간재인 PTA는 2000년대 이전 국내 기업이 중국에 수출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중국은 불과 13년 만인 지난해 자급률을 93%로 끌어올렸으며 올해는 100%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연산 1000만톤 이상의 대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해 200만톤에 불과한 삼성종합화학의 체격으로 맞서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공급과잉도 문제지만 최근 2~3년동안 중국의 경기성장이 둔화되면서 수요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원가절감 차원으로 수익을 개선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중국과 세계경기 침체의 여파로 합성섬유의 소비가 줄면서 밸류체인(가치사슬) 내에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삼성종합화학은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계기업들이 정리되는 오는 2016년쯤에는 수급균형점을 찾아 PTA의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화학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토탈이 향후 석유화학사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한화케미칼과 삼성종합화학의 부진을 상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석유화학사업에서 돈을 벌어 태양광사업을 성장시켜야 하는 구조"라면서 "한화케미칼은 범용제품에 집중돼 향후 위기요인이 큰 반면 삼성토탈은 BTX 분야의 성장이 기대돼 안정적 수익을 마련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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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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