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닝보법인 공장 전경.(사진=한화케미칼)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중국 폴리염화비닐(PVC)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텐진과 닝보에 각각 연산 41만톤, 30만톤 규모의 PVC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PVC는 파이프와 섀시·바닥재의 원료로, 최근 2~3년 전부터 중국의 자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석유 기반의 나프타 대신 값싼 석탄을 원료로 PVC를 생산해 국내 업체들은 원가경쟁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국면으로 내몰렸다.
17일 LG화학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PVC 합작법인 LG다구케미칼은 3분기 매출액 945억원, 영업손실 7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LG다구케미칼은 3분기까지 누적 기준 매출액 2853억원, 영업손실 186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케미칼의 중국 PVC 사업을 담당하는 닝보법인도 사정이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3분기에만 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닝보법인에서 올 상반기 100억원대의 적자가 발생, 3분기 누적 영업손실 규모가 18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회사가 중국 시장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PVC 생산능력은 250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실제 가동되는 설비는 1500만톤으로 전체 생산능력의 60%에 불과하다. 1000만톤의 생산능력이 유휴설비지만, 자급률 100%는 이미 2~3년 전에 달성한 상태.
이에 따라 중국의 PVC 수입량은 해마다 감소 추세다. 지난 2009년 200만톤에 달하던 PVC 수입량은 지난해 100만톤으로 4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자급률 달성으로 수급상으로는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PVC 생산량은 내수를 충당하고, 남은 물량을 해외로 수출할 정도로 넉넉하다"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판로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중국이 석유 대신 값싼 석탄에서 원료를 뽑아내면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석유에서 추출한 에틸렌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일부 중국 기업들은 석탄에서 뽑아낸 에틸렌으로 PVC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내륙 지방의 풍부한 석탄자원을 활용한 카바이드 공법을 독자 개발, 생산 능력을 확대해 나갔다. 생산 초기엔 낮은 수율과 전력요금 부담, 대기오염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일시적으로 생산이 주춤했다.
하지만 관련 기술과 운영능력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중국 PVC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하며 기존 에틸렌 기반의 PVC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에틸렌 가격이 치솟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에 발목이 잡혔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여수와 대산 등의 나프타분해센터(NCC)에서 나온 에틸렌을 중국으로 보내 현지법인이 PVC를 제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2012년 톤당 1200달러 초반이던 에틸렌 가격이 지난해 4분기 톤당 1400달러로 올라선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가격이 상승해 지난 9월에는 1500달러 중반을 기록하는 등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에틸렌을 현지법인에 보낼 때 중국 정부로부터 2%의 관세를 부과받는데, 원재료비 상승 부담까지 더해져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약화됐다. 중국 내부에서 에틸렌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최근 아시아 지역 내 에틸렌 공급이 달리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에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현지 기업과 직접 경쟁을 치르기보다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LG화학은 시트와 장판, 벽지 등 건자재 부문에서 프리미엄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자동차 소재용 컴파운드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에너지 절감과 경쟁력 있는 원료 확보 등 원가 절감도 추진 중이다.
한화케미칼 역시 의료용과 자동차 소재 컴파운드 부문의 기존 공급물량을 확대해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기반의 PVC로 중국 업체들과 범용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펼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프리미엄 전략과 원가절감을 추진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