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행사한 프로야구 선수 19명의 12월2일 현재 상황. 연두색은 올해 소속팀과 계약한 선수, 연보라색은 올해 소속팀과는 다른 팀과 계액한 선수, 주황색은 아직 계약을 마치지 못한 선수. (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2014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역대 최대의 몸값이 오간 해로 한동안 인구에 회자될 전망이다. 1일 현재 대상자 19명 중 13명이 계약을 마친 가운데, 13명의 몸값 총액만 살펴봐도 지난해의 523억5000만원을 넘는 555억6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계약을 못한 6명이 추가 계약시 600억원 돌파도 무난하다. 계약을 완료하지 못한 선수로는 배영수(삼성), 이성열(넥센), 이재영, 나주환(이상 SK), 송은범, 차일목(이상 KIA) 등 6명에 달한다.
다만 시장은 서서히 폐장 분위기다. 미계약 선수들에 대해서는 팬들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상황이고 구단들도 관심을 줄이는 중이다.
◇박경수(왼쪽), 김사율. ⓒNews1
◇'시장 적정가 영입' KT, 대세보다 실속으로
계약 총액이 80억원을 넘는 선수가 3명이나 될 정도로 FA 시장은 뜨거웠다. 최정(SK)은 역대 최고액인 86억원의 돈방석에 앉게 됐고, 윤성환(삼성)도 총액 80억원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팀을 옮긴 장원준(두산·전 롯데)도 투수 최고액인 84억원을 받게 됐다. 기존 소속구단에 남은 안지만, 김강민, 박용택도 총액이 50억원을 넘겼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내년부터 1군리그에 오를 신생팀 KT는 조용하다. 거물 FA를 대거 끌어들일 것으로 보였지만 오히려 준척급 3명(내야수 박경수, 투수 김사율, 내야수 박기혁)의 영입을 끝으로 FA 시장에서 발을 뺐다. 세 명과의 계약 총액은 44억1000만원으로 최정이 받을 86억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다. 심지어 옵션이 6억4000만원으로 총액 대비 14.5%에 달하며, 옵션을 뺀다면 확정된 금액은 37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KT는 FA 영입에 소극적인 것일까.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았다.
KT는 신생구단 특혜로 기존 9개팀 보호선수 20인외의 1인을 특별지명 선수로 영입했다. 그 댓가로 선수 1명당 10억원씩 총 90억원을 상대팀에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다 외부 FA 첫해 연봉과 계약금 및 전 소속팀 보상금을 지출했다. 이 돈까지 합하면 KT는 외부 영입으로만 총 121억6000만원을 썼다. 특별지명 선수 9명 연봉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KT는 이번 FA 시장에 큰 돈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써야할 곳에 잘 썼다. 지난 2012년 NC 상황과 다르지 않다.
당시 NC는 이호준과 이현곤을 각각 3년 총액 20억원과 10억5000만원에 영입했다. 기존 8개 팀을 통해 영입한 선수 영입 관련 댓가 80억원과 그들의 연봉, 이호준·이현곤 계약금과 첫해 연봉을 더하면 지난 2013년도 시즌 전 NC가 지불한 돈은 100억원을 넘는다.
◇윤성환.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스타 선수 지킨' 삼성·LG·SK
삼성과 LG 그리고 SK는 내부 FA 단속에서 '100점'은 아니다. 다만 스타 선수는 지켜내며 선방했다.
삼성은 원소속구단의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인 26일의 저녁부터 잇따라 계약 소식을 알렸다.
삼성다운(?) 화끈한 계약이었다. 윤성환(총액 80억원), 안지만(총액 65억원)은 물론 내야 전 위치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조동찬(총액 28억원)도 섭섭하지 않은 대접으로 잔류시켰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에 가고 싶다"고 말하던 권혁이 한화로 4년 총액 32억원의 조건으로 옮겼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푸른피의 에이스'로 불리던 배영수의 선택에 집중되고 있다.
LG는 박경수를 KT에 내줬지만 박용택은 붙잡았다. 백순길 단장의 "박용택 선수가 LG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해보지도 않았다"는 말처럼 대다수 LG 팬들은 박용택의 이적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결국 박용택은 올해 FA 중 가장 먼저 계약을 맺고 그가 쭉 성장한 LG에 계속 남았다. 4년 총액 50억원으로 대접도 아쉽지 않았다.
SK는 1·2순위로 꼽히던 최정, 김강민을 붙잡으며 체면 치레를 했다. 이번 FA 시장 최대어인 최정은 역대 최고액 계약인 총액 86억원으로, 김강민과 조동화는 각각 총액 56억원과 22억원으로 2018시즌까지 SK와 계속 함께 하게 됐다.
다만 SK는 투수 이재영과 내야수 나주환을 우선협상기간에 잡지 못하고 FA 시장에 내보냈다. 이들이 오는 3일까지 다른 팀과의 계약을 맺을지, 원소속팀 SK로 돌아가 다시 함께 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장원준.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외부 영입' 두산·'내부 단속' 한화
이번에 FA가 없는 두산은 FA 시장 투수 최대어인 장원준을 영입했다.
외부 FA 영입이라곤 두산에서 데뷔해 오래 뛰다가 잠시 다른 팀으로 갔던 이혜천과 홍성흔이 전부였던 두산은 장원준을 총액 84억원에 불러들여 모처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두산은 이번 영입을 통해 선발진의 강화에 성공했다. 두산은 유희관 외엔 믿을만한 왼손 선발이 부족했던 팀이다. 더군다나 올해 마무리를 맡던 이용찬이 다음달 상무 입대를 앞둬 뒷문도 허술해졌다.
김태형 신임 감독도 구단에 "투수 FA를 잡아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두산은 김 감독의 영입 요청을 들어줬고 장원준은 두산에서 새롭게 야구 인생을 펼치게 됐다.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을 영입해 새로운 출발을 선포한 한화는 삼성에서 투수 권혁을 불러 투수진의 강화를 꾀했다. 지난 2년 동안 팔꿈치 통증으로 부진했지만 시즌막판 부활의 날개짓을 펼친 권혁이 김 감독과 어떤 하모니를 엮어낼지 기대된다.
김경언을 3년 총액 8억5000만원으로 붙잡은 한화는 아직 한 명의 FA 추가 영입이 가능하다.
◇권혁. ⓒNews1
◇'세 명 FA 다 잃은' 롯데..'아직 판단 보류' 넥센·NC·KIA
이번 FA 시장 최악의 결과를 낳은 구단은 롯데다. 3명의 내부 FA는 모두 다른 팀에 갔고, 외부 FA는 한 명도 잡지 못했다.
이같은 결과는 익히 예상된 바다. 롯데는 최근 선수에 대한 CCTV 감시로 논란에 올랐다. 팬들은 격렬히 비난했고 유력 정치인도 이를 수차례에 걸쳐 거론했을 정도로 파장은 컸다. 내부 파벌문제도 드러났다. 결국 사장·단장·운영팀장 등이 모두 교체됐지만 많은 선수들의 마음은 떠났다.
김사율과 박기혁은 KT로 옮겼다. 롯데가 3년을 제시한 것과 달리 KT는 4년을 제시했고, 자연스레 계약금액도 상승했다. 게다가 KT는 옵션을 줄이고 보장금액을 높였다.
장원준은 더욱 심각하다. 당초 롯데의 제시 총액 88억원보다 낮은 금액에 두산으로 옮겼다. 팬심은 물론 선발진에 당장 구멍이 생겨났다.
롯데는 이미 FA 영입 시장에서 빠져나왔다. 지난달 28~29일 납회에 참석한 이윤원 단장이 "앞으로 외부 FA를 안 뽑는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단장은 이 자리에서 "FA 비용을 선수육성에 쏟아붓겠다"며 "필요하다면 계획된 숫자보다 더 많은 코치를 뽑을 수 있다. 구단은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 그 대신 결과로 보여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밖에 내부 FA가 시장에 나오긴 했지만 아직 다른 팀으로 가지 않았고 외부 FA의 영입도 없는 넥센과 KIA, 내부 FA도 없고 외부 FA의 영입도 없는 NC는 아직은 성패를 판단하기에 이르다.
◇배영수.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