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과 강북 일부 개발 호재 지역의 집값이 들썩거리면서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작년 말, 올해 초만 해도 "일러야 하반기 이후에나 집값이 회복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강남권을 넘어 비강남권까지 집값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 2006년 말 최고가 대비 80-90%까지 오르며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0.14%)이 2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목동, 과천, 분당, 용인 등 인기지역의 일부 아파트도 급매물이 모두 팔리며 실거래가가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강북지역의 성동구 성수동, 용산구 한남뉴타운, 마포구 상암동 등 개발 호재가 있는 곳까지 매수자들의 입질이 늘며 호가가 뛰고 있다.
이 때문에 연초 집값 전망만 믿고 관망하던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서둘러 집을 사야 하는 게 아니냐"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실제 은행 PB센터, 부동산컨설팅회사에는 집값 상승에 불안감을 느낀 수요자들의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가격이 많이 뛴 강남권은 추격매수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강북은 급매물 중심으로 매수하라"고 조언한다.
◇ "집값 상승 일시적, 큰 하락도 없다" =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상승세를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로 보고 있다.
최근 금리 인하에다 재건축과 세제 등 각종 규제 완화, 주가ㆍ환율 등 경제지표가 일부 안정되면서 그동안 갈 곳 없어 헤매던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드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는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일 뿐 실물경기 침체로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하반기 금융기관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주택 수요는 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실질소득 감소와 주식시장 침체로 금융자산 손실액이 커지면 부동산을 처분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가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국민은행 PB센터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경제위기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시적 부양 효과에 의해 가격이 선반영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 조만간 집값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상승세가 마치 전체 집값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착시현상'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올 들어 강남권 재건축과 버블세븐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값에 변동이 없거나 떨어졌고, 거래도 안되고 있다"며 "투자상품인 재건축보다는 일반 아파트값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초에 비해 집값 하락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 강남PB센터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미국발 악재가 터지더라도 국내 집값은 약보합세 정도를 유지하면서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요가 적은 강북은 추가 하락할 수 있지만 강남권 집값은 예상보다 견고하게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덕 소장은 "강남, 버블세븐에서 나머지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될 지는 미지수지만 저금리가 뒷받침된다면 집값이 급락할 것 같진 않다"고 내다봤다.
◇ 강남 '한 박자 쉬고', 강북 '지금 사라' = 그렇다면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은 집을 언제쯤 장만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최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강남권 재건축은 추격매수를 자제하고, 거래가 줄어 가격 조정기를 거칠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신한은행 PB사업부 이남수 차장은 "잠실, 개포동 등 일부 재건축 아파트값은 가격이 너무 올라 자칫 단기 상투를 잡을 수도 있다"며 "매수세가 줄면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올 것이므로 무리하게 추격 매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강남권 아파트값은 가격이 떨어질 것을 믿고 기다리는 배짱이 필요하다"며 "단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7-8월쯤 매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권의 새 아파트는 지금이라도 구매하라는 의견이 많다. 우리은행 안명숙 팀장과 신한은행 이남수 차장은 "강남권은 당분간 새 아파트 공급이 없는 만큼 최근 입주한 새 아파트는 싼 매물이 나오면 매수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아직 가격이 오르지 않은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비강남권은 지금부터 급매물 중심으로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게 좋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강북 집값이 앞으로 좀 더 빠질 수 있지만 집값 상승기에는 집주인이 금방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해버려 싼 매물은 잡기 힘들다"며 "비강남권의 경우 지금처럼 매수자 우위일 때 좋은 물건을 골라 사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소장은 "수익률을 높이려면 무조건 싸게 사는 게 중요하지만 바닥 가격에 사긴 힘들다. 비강남권의 경우 고점 대비 20-25% 빠진 매물을 공략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