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코칭스태프 변화 사항. (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창단 30여년이 되는 야구단의 색깔을 바꾸는 데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면 가능할까. 10년? 아무리 적어도 3년?
하지만 6주만에 구단의 색을 바꾼 팀이 있다. 아직 실전을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팀의 코칭스태프와 주전 선수들의 상당수가 바뀌었고, 한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고된 훈련은 선수들의 체격도 변화시켰다.
지난 5년간 리그의 꼴찌를 4회나 했던 '최약체' 한화이글스의 얘기다.
◇감독과 절반의 코치 달라져
한화 구단의 눈에 띄는 최대 변화는 단연 감독의 변화다. 김응용 전 감독이 물러나고 김성근 감독이 부임했다. 새로운 감독 선임에 있어 여려 후보군이 거론됐지만 한화그룹 본사 사옥 앞까지 찾은 팬들의 큰 열성이 그룹 경영진의 최종 결정을 김 감독으로 이끌었다.
김 감독은 지난 30년간 총 다섯 개의 프로 구단과 독립 구단인 고양원더스 등을 지휘하면서 무너진 팀을 일으키는 일을 자주 했다. 한국에서 '재건'의 능력은 김 감독을 넘어설 감독이 없다는 평가다. 많은 사람들이 한화에 대해서 기대가 높은 이유다.
김 감독 부임에 따라 코치도 상당수 바뀌었다. 코치(퓨처스팀 감독 포함, 트레이닝코치·경기력향상코치·전력분석코치 등 제외)의 수가 16명에서 19명으로 소폭 늘기도 했지만, 절반인 8명이 구단을 떠나고 그보다 많은 11명의 코치가 한화 코치로 왔다.
팀을 떠난 코치로는 '김응용 감독 사람'으로 불리는 김성한(수석)·이종범(작전)·김종모(타격) 코치 외에도 한화에서 오랜 시절 함께 했던 정민철·송진우·신용균(이상 투수)·조경택(배터리)·강석천(수비) 코치도 있다.
대신 '김성근 사단'의 일원으로 통하는 코치와 일본인 코치가 대거 영입됐다.
지난달을 끝으로 해체된 독립구단 고양원더스에서 함께 했던 김광수(수석)·박상열(투수) 코치와 올해 LG트윈스 코치를 맡던 계형철(투수) 코치가 대표적인 김성근 사단의 일원이다. 올해 방송국 야구해설위원을 하던 김재현(타격) 코치도 김 감독과 가깝다.
일본인 코치는 현재 5명이 있다. 원더스에서 함께 했던 아베 오사무 코치와 과거 SK와이번스에서 함께 일했던 쇼다 코조(이상 타격) 코치는 물론 니시모토 타카시(투수)·후루쿠보 켄지(배터리)·다테이시 미쓰오(수비) 코치가 일본에서 합류했다.
이번 코칭스태프는 오랜 경험과 성과로 널리 알려져 많은 팬들이 크게 기대한다. 특히 일본인 코치의 경우 일본에서 스타 선수 시절를 거쳤고 코치 실력으로도 호평받아온 사람들이다.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과 그와 함께 해왔던 코치들, 그리고 일본 '레전드'가 함께 만드는 하모니가 내년에 어떤 결과를 낳게 될런지 기대된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제10대 감독에 선임된 김성근 감독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FA와 외국인선수 모두 투수..선발진 중 네 명 바뀌나
김 감독을 영입한 한화는 곧바로 큰 선물을 안겼다. 다른 팀의 자유계약선수(FA) 3명을 영입한 것이다. 1984년도 이후 프로 감독 31년차인 김 감독은 감독직을 역임한 후 최초로 '외부 FA'를 소속 구단에서 지원받게 됐다.
비싼 계약이 난무하던 올해 시장에서 한화는 과하지 않은 금액에 '알짜' 세 명을 잡았다는 평가다. 삼성의 투수 권혁을 지난달 28일 4년 총액 32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4.5억원, 옵션 연 1억원)에 영입한 한화는 이번달 2~3일 송은범·배영수를 하루 사이에 각각 4년 총액 32억원(계약금 12억원, 연봉 4.5억원, 옵션 연 1억원)과 3년 총액 21억5000만원(계약금 5.5억원, 연봉 5억원)에 연이어 데려왔다.
세 선수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한화는 무려 109억7000만원(계약 총액과 보상금 합산, 보상금 200% 적용시) 돈을 썼다. 그렇기에 이번 영입 결과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번 영입은 김 감독이 직접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한화는 김 감독의 요청을 차질없이 들어줬다. 선발감 한 명, 마무리 한 명, 선발-중간-마무리가 모두 가능한 한 명 영입이 이뤄졌다.
한화는 외국인 투수도 모조리 바꿨다. 지난 시즌 선발로 활약했던 라이언 타투스코와 앤드류 앨버스를 붙잡지 않고 각각 삼성(2012년)과 롯데(2012~2014년)의 경험이 있는 투수인 미치 탈보트와 쉐인 유먼을 영입한 것이다.
한화의 FA와 외국인 선수 영입은 공통점이 발견된다. 다섯 명 모두 투수란 점이다. 게다가 권혁 외 네 명의 투수는 선발투수다. 한화가 팀의 마운드를 올해처럼 5선발 체제로서 운용하면 선발 투수는 한 자리를 빼고 모조리 다 바뀔 가능성이 높다. 배영수, 송은범, 유먼, 탈보트(가나다순)로 선발진이 미리 정해지고 남은 한 석을 이태양과 유창식, 송창현, 군에서 제대하고 복귀할 양훈이 경쟁하는 구조다. '상전벽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영수. ⓒNews1
◇사장부터 코칭스태프와 선발까지 바뀐 한화, '돌풍' 가능하나
한화는 지난 6주에 걸쳐 구단을 대변혁했다. 코칭스태프와 선발투수진은 물론 구단의 대표까지 교체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10일 야구단 제9대 대표이사에 김충범 그룹 회장 비서실장(부사장)을 선임했다. 그리고 같은날 오후 3시 대표 이임식·취임식을 동시 진행했다.
이번 인사는 구단의 개혁 작업에 동력을 싣기 위한 변화로 해석된다. 특히 구단주인 김승연 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이 구단에 부임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에서 구단을 챙긴다는 모습도 보여줬다.
지난해 FA 정근우·이용규의 영입을 포함해 한화는 꾸준한 영입으로 '리빌딩' 기틀을 잡았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서 미래 자원을 무리하게 끌어쓰지 않으면서 동시의 팀의 미래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것이다.
올해도 한화는 여지없는 '꼴찌' 팀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한화의 꼴찌 탈출을 낙관하고 있다. 4강 진출을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한화가 꼴찌 탈출을 넘어 4강까지 가능할까. 역대 단일리그 체제에서 전년 꼴찌 팀이 이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은 여섯 번이다. 한화가 일곱 번째 팀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