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 기자] 기사 작성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 부장)는 신문기자로 일하다 자살한 A씨의 부인 B(46)씨가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A씨는 19년 동안 근무하던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인사이동돼 낯선 업무를 맡았고, 다시 원래 부서로 발령받았으나 다른 기자의 업무까지 맡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A씨는 특집 기획제작을 맡아 평소의 2배 되는 분량의 일을 소화하며 심적 고통이 가중됐으며, 기획안이 마무리되지 않아 성과물을 내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이 예전보다 심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신과 감정의가 A씨의 우울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악화한 것이라고 진단한 점과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던 A씨가 업무 외의 다른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었던 점을 함께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는 업무 때문에 우울증이 발생해 점차 악화됐고,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자살과 업무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모 신문사 기자로 근무한 A씨는 2010년 3월 19년 동안 일하던 종전 부서에서 사회부로 인사이동 된 뒤 일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스트레스가 심해져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이에 회사는 다시 종전 부서로 발령냈으나, A씨는 우울증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사표를 냈고, 회사가 사직을 극구 만류하자 한 달 간 병가를 내고 쉬었다.
그러나 다시 회사로 돌아왔을 땐 다른 기자가 하던 일까지 맡아야 했다. A씨는 동료들에게 "죽겠다", "무기력해서 일할 수 없다"고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런 과정에서 A씨는 회사가 정부의 역점사업을 주제로 마련한 특집 기획기사 책임자를 맡게 됐고 기사 작성은 진전되지 않았으나 이미 출고날짜까지 잡혔다.
A씨는 기사가 출고 예정일을 보름쯤 앞둔 지난 2011년 9월 안방에서 넥타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B씨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사망했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