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본격 TV시대를 열었던 브라운관 TV가 오는 2015년을 끝으로 생산이 종료된다. 앞서 생산 종료 계획이 전해진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TV와 더불어 1, 2세대 TV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8일 요미우리 신문은 현재 샤프와 2개의 인도업체가 생산 중인 브라운관 TV의 생산이 이르면 내년 봄에 종료된다고 전했다. 샤프는 1분기 중으로, 인도는 내년 안에 생산을 종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운관 TV는 1829년 독일의 물리학자 칼 페르디난드 브라운이 자신의 이름을 딴 브라운관을 개발하면서 출발했다. 브라운관 TV는 전자총 음극에서 방출된 열전자가 전자총 내부를 지나 집속·가속된 후 전 화면에 주사되고 이때 전자빔이 형광 물질과 충돌, 형광체를 발광한 것이 화면에 나타나는 원리로 작동한다.
◇LG전자가 지난 2010년 선보인 14인치 브라운관 적용 클래식 TV. LG전자는 2010년을 끝으로 브라운관 TV에 대한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사진=LG전자)
미국 제조사 RCA가 1946년 양산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보급된 브라운관 TV 시절, 업계를 주도하는 것은 일본업체들이었다.
소니와 샤프, 도시바 등은 시장형성 초기에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잇달아 제품을 출시, 시장을 주도했다. 당시 일본업체들의 TV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했다. 특히 1953년 일본 최초로 브라운관 TV 양산을 시작한 샤프는 현재까지 제품을 생산 중이다.
국내에 1954년 RCA 한국대리점을 통해 첫 선을 보인 브라운관 TV는 12년이 지난 1966년에서야 금성사(현 LG전자)가 국내 제조사 최초로 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본의 히타치와 기술제휴방식을 통한 것이었다. 최근 전 세계 TV시장을 호령하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당시 후발 주자에 불과했다.
브라운관 TV의 독주는 한동안 지속돼 액정표시장치(LCD) TV와 PDP TV가 출시된 1998년(국내 기준) 이후에도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다. LCD TV가 두께·무게가 브라운관 TV의 10%에 불과하고 소비전력도 1/4 수준이지만 출시 초기 수율이 안정되기 않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LCD TV가 출시 7, 8년차에 접어들면서 안정된 수율을 갖추자 브라운관 TV는 급격히 설 자리를 잃어갔다. 상대적으로 무겁고 부피가 큰 데다 화면이 작기까지했던 브라운관 TV가 가격 경쟁력을 잃은 이상 LCD TV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브라운관 TV 생산 대수는 1억6593만대로 LCD TV의 19배 수준이었지만 4년만에 전세가 역전, LCD TV 생산량에 추월당했다. 전 세계 TV시장 1위와 2위를 기록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 시기도 이때쯤이다.
◇삼성전자에 세계TV 시장 첫 1위를 안겨준 '보르도 LCD TV'(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06년 보르도 LCD TV를 앞에서 기존 TV시장에서 맹주로 군림하던 소니를 제치고 세계 TV시장에서 첫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지난 3분기까지 35분기 연속 TV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이다.
LG전자 역시 2001년 경북 구미에 설립한 초대형 LCD 공장을 기반삼아 빠르게 점유율을 올려나갔다. 국내 TV업체들의 맹활약으로 지속적 쇄락의 길을 걷던 브라운관 TV는 지난 2010년을 끝으로 국내에서 판매가 중단됐다.
브라운관 TV는 이후 인도와 아프리카 등의 일부 수요를 겨냥해 소량 생산 돼왔지만 수익성과 미미한 점유율로 인해 마침내 생산이 종료되게 됐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브라운관 TV가 전체 TV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 미만에 불과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CD 수율이 안정된지도 오랜시간이 지났고 생산시설 등이 전환된지도 꽤 됐다"며 "오히려 CRT TV 생산 비용이 더 들수도 있는 상황이라 브라운관 TV의 퇴장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LCD TV 외에도 진화된 형태인 UH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이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브라운관 TV는 골동품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