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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달러 강세와 초엔저 현상이 겹치면서 현대·기아차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달러화 수익이 많은 현대기아차의 입장에선 달러강세가 긍정적이지만, 엔저로 경쟁사인 일본차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해외 결제대금 대부분이 달러화인 탓에 엔저에 따른 상대적인 피해를 달러화 강세가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9일 마감한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9원 내린 1107.8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원화 대비 달러값은 지난 7월2일 1007.50원까지 떨어지면서 최저점을 기록한 뒤부터는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1년3개월 만에 최고치인 1117.7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이날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하락하며 923.17원을 기록, 6년 9개월만에 경신한 최저치를 하루만에 갈아치우며 우려를 키웠다. 현대·기아차로서는 글로벌 시장 최대 경쟁자들인 일본 업체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달러값은 오름세, 엔화값은 내림세가 지속되면서 현대·기아차의 경영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우선 달러화 결제 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에게 원달러 환율 상승 기류는 호재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값이 낮아지면 해외에서 같은 물량을 팔아도 원화 환산 수익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각 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말 기준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시(달러값 상승)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54억300만원, 국내생산 비중이 높은 기아차는 10% 상승할 시 1810억6100만원이나 개선된다.
다만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초엔저 현상은 현대·기아차에게 다소 악재가 되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3분기말 기준 원엔 환율이 5% 상승할 시(엔화값 하락) 54억6300만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이 발생한다.
실제 일본 업체들과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올해 11월까지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기간 토요타는 5.6%, 닛산은 11.5% 올랐다. 인센티브 감축에 나선 혼다만 1.0% 오르는데 그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달러화에 훨씬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대체로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상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엔화 결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 회계상 원엔환율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다"며 "다만 부정적인 것은 일본 업체들이 환율로 얻은 이득을 마케팅 활동에 더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3년여만에 처음으로 올라서고 있어 현대·기아차의 실적 예상치가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원엔 환율은 단기적으로는 급락세가 맞지만 최근 10년여를 봤을 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대개 10:1 수준으로 현재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