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인상 주범, 요금도 단말기도 아니다?

입력 : 2014-12-12 오후 8:39:25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가계통신비가 높은 것은 국내 요금탓도 아니고, 단말기값 때문도 아니다."
 
12일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OECD 가계통신비 산정의 문제점 해결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는 이통사와 제조사측이 가계통신비에 대한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통사는 요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제조사측은 단말기값탓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통신요금·단말기 비용, 높은 가계통신비와 직접 연관 없어"
 
간담회 발제를 맡은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가계통신비 구성항목으로 ▲가구원수 ▲보급률 ▲유무선 통신서비스 요금 ▲통신 사용량 ▲단말기 가격 ▲단말기 교체율 등을 꼽았지만 이통사와 제조사측 참석자는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이 가계통신비 문제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전규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조사연구실장은 "국내 가계통신비가 높은 원인은 단말구매 비용 증가, 해외 평균 대비 높은 음성·데이터 사용량, 짧은 단말 교체주기, 상대적으로 많은 가구원 수 등"이라며 "국내 통신요금 수준은 높은 가계통신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단말비용 및 이용량 등 기타 요인들이 더 큰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것.
 
전 실장은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단말기 가격이 점점 고가화돼 통신요금 중 단말기 대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단말기 판매가격은 해외 대비 높아 가계통신비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상미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산업진흥본부장은 "(가계통신비 증가는) 단말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KEA는 전자산업계를 대변하는 협회로 삼성전자(005930)의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협회장으로 있다.
 
최 본부장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통신사를 비교한 결과 단말기 출고가는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큰 차이가 없었다"며 "지원금 상한액 등 국내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해외보다 할부원금이 비쌀 수 있어 무조건 단말기 가격이 높다는 공격으로 넘어갈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OECD 가계통신비 통계 중 단말기 관련 구성항목은 단말기 가격과 보급률 등 국내 단말기 가격이 높게 산출돼 실제 체감과도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또 "국가별 산출기준과 방법이 다르고 각국의 시장상황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각 통계기관의 산출방식에 따라 최대 30% 가량 통신장비(단말기) 비중에 편차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반박이 계속되자 사회를 맡은 이내찬 한성대학교 교수는 "두 토론자의 말을 들으면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 둘다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도 어쨌든 단말기와 통신요금 두 요소가 통신비 지출에 비중이 큰 건 사실"이라고 촌평했다.
 
(사진=김미연 기자)
 
◇"OECD 통계, 국가별 제출 자료 상이해 신뢰도 떨어져"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이처럼 반박할 수있는 이유는 가계통신비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자들도 올바른 정책을 위해서는 정책의 시작과도 같은 통계자료가 매우 중요하고, 관점과 항목에 따라 자료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가계통신비의 정의와 포함요소'부터 짚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경진 교수는 "합리적인 가계통신비 평가를 위해선 통신비의 정의와 구성항목, 각국의 경제상황과 소득수준, 가구소득 또는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통계는 매우 중요한 사실판단의 기초자료인 만큼, 자료수집 단계에서 정확한 기준과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최자인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국감 때 지적 이후 국내 통계는 상당부분 수정이 됐지만 OECD 통계는 여전히 허점이 많아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엔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국가별 기준년도가 다른 경우가 많고, 어떤 나라는 유무선 통합자료를 내는데 다른 국가는 유선이 빠져있는 등 통일된 기준이 부재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측 관계자도 OECD 통계 산정의 문제점에 공감하며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들을 내놨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OECD가 제공하는 자료들이 많이 개선되면서 심각하게 문제제기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라면서도 "다만 각국의 조사자료와 기준년도, 범위 등이 통일되지 않아 명확히 비교 가능한지에 대해선 보다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통계 자체의 한계나 국제기구로서의 OECD의 한계 등이 분명 있겠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올바른 문제진단을 할 것인가가 숙제"라며 "국내 대책으로는 미래부와 통계청, 한국은행 등 OECD 통계 관련기관들과 자료검증 등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과장은 또 "OECD 공통 기준과 회원국 제출자료간의 차이를 최소화해 통계의 비교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OECD 회의시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가계통신비 개념 재정립과 이를 반영한 통계 개선도 회원국간 공론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성철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직접 집계하는 코리아인덱스가 상당히 체계적인 만큼 이를 상설화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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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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