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치료제 잴코리(사진제공=한국화이자제약)
[뉴스토마토 문애경기자] 화이자제약의 '잴코리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로비 시도 의혹으로 잴코리의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가 보류됐지만, 일부에서 논의 보류가 환자접근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으로 이뤄진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지난 4일 한국화이자제약이 약제 급여평가위원회(이하 급평위) 회의에 참석하는 위원에게 잴코리 급여등재를 위해 사전로비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당초 이날 급평위에서 급여여부가 논의될 예정이었던 잴코리는 결국 안건으로의 상정이 유보됐다.
이에 대해 일부 환자들은 "환자 접근성을 저해하는 결정"이라며 잴코리의 조속한 급평위 상정을 주장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약 300명의 환자들이 3년째 한 달에 1000만원을 내고 약을 먹고 있다"며 "급여가 한 달만 지연돼도 환자들에게는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또 "로비 의혹은 철저히 조사해 잘못이 있다면 그것에 상응하는 적절한 패널티를 부과하면 된다"며 "잴코리가 빠른 시일 내 급여되어 환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약을 먹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잴코리는 폐암치료제로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치료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이 약제는 지난 2012년 비급여 출시돼 사용되고 있다.
잴코리는 리펀드 형태의 위험분담제를 통한 급여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분담제는 보험 청구액의 일정 비율을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환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약제의 필요성은 시민단체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며, 약제 급여여부는 원칙과 기준에 따라 논의할 내용"이라며 "우리는 급평위 운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 팀장은 이어 "화이자가 잴코리 급여평가 과정에서 무리하게 진행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해소 없이 약제를 다시 상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고, 추후에도 나쁜 전례로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에서는 화이자가 급평위 참석위원에게만 꼭 집어 접촉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잴코리는 다시 급평위에 상정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