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접은' 김광현·양현종, 류현진과 달랐던 최근 3년 성적

입력 : 2014-12-14 오전 9:07:05
◇김광현. (사진제공=SK와이번스)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향하는 문은 결코 수월하게 열리지 않았다. 그해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라는 점은 같지만 출입문을 가뿐하게 넘어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LA다저스·전 한화이글스)과 달리 양현종(26·KIA타이거즈), 김광현(26·SK와이번스)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광현이 12일 소속팀인 SK를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하고 국내에 잔류한다는 뜻을 발표했다. 지난 10월29일 오후 서울 스텐포드 호텔(마포구 상암동)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후로 44일만에 전해진 소식이다.
 
이에 앞서 양현종의 소속 팀인 KIA는 7일 "양현종이 2015시즌에도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다"면서 "양현종과 면담해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하자는 뜻을 전달했고 양현종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포스팅 최고 응찰액을 전달받고 미국 진출의 뜻을 접은 데 이어 일본 등지로의 진출설도 일축하는 발표였다.
 
양현종은 구단을 통해 "향후 해외진출 꿈을 이루기로 했다"며 "우선 팀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다시 빅리그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1~2년 이후를 기약한다는 뜻이다.
 
이로써 MLB 진출을 위해 노력하던 국내 최고의 투수 두 명은 내년도 한국 리그에서 공을 던진다.
 
리그 활성화 차원에서 생각하면 환영할 일이 맞다. 다만 이들의 진출 추진 과정에서 너무 낮은 가치를 받아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자존심이 상해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평도 있다.
 
◇한국 소속팀의 적극적인 지원, 결국 무위가 되다 
 
김광현은 연초부터 MLB에 도전하려 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경우 구단의 동의를 얻어 해외로 진출 가능한 '7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이었다.  
 
그는 시즌 시작 전에 진행되는 미디어데이 이벤트를 통해 "올 시즌이 종료된 뒤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FA 자격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왕이면 포스팅 금액을 많이 받으면 좋겠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양현종은 김광현과 달리 아시안게임 출전이 아니더라도 올해 시즌을 잘 마치면 7년 FA 자격이 될 입장이었다.
 
양현종은 김광현처럼 처음부터 MLB 진출에 대한 의사를 밝히진 않았다. 다만 MLB 팀별 스카우트가 그의 투구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고, 취재진이 양현종에게 이런 상황에 대한 당시 심정을 묻는 즉석질문에 양현종이 '진출 의사가 있다'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MLB 진출의지가 알려졌다.
 
그는 당시 "나도 올해가 끝나면 포스팅 참여 자격을 갖는다. 아직 윤석민이나 류현진과 만날것을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닿으면 MLB 등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SK나 KIA는 선수 의사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묵묵히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력과 인기 모두 팀의 최고 선수가 맞기에 누수가 분명하긴 하지만, '팀'으로 생각하면 이득이기 때문이다.
 
선수 개인 결정을 존중하려 하는 대승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구단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어차피 해외로 진출하려는 선수면 구단의 동의없이 개인 의지에 따라 해외 진출이 되는 '9년 FA' 때보다 '7년 FA' 상태에서 보내는 것이 구단에 유리하다. 구단은 '9년 FA' 시기면 받을 수 없는 포스팅 금액을 '7년 FA' 시점에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팅 시스템을 활용한 류현진은 지난 2012년 시즌 후 당시 소속팀 한화 이글스에 2573만7737달러33센트(한화 약 284억원)의 거액을 안겼다. SK와 KIA는 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양현종. (사진제공=KIA타이거즈)
  
◇류현진 때와는 다른 대접..낮은 금액과 선발 비보장
 
아직 미국 진출 절차를 시작 않은 강정호(27·넥센히어로즈)를 포함해 올해 시즌이 끝나면 미국 진출이 예상되는 국내 리그의 선수는 모두 3명이었다. 시즌 중 국내 야구장에 미국·일본 프로야구 구단의 스카우트 인력이 가득했던 이유다.
 
지난 6월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LG와 SK의 경기엔 뉴욕 양키스, 텍사스 레인저스, LA 에인절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4개 구단의 스카우터가 찾았다. 이날의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을 보려는 목적이다. 김광현은 이때 '9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완투했다. 자연스레 김광현에 대한 시즌 후 미국 진출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다.
 
양현종에 대한 관심도 김광현 못지 않았다. 서울과 한참 떨어진 광주광역시까지 찾아와 그의 투구를 지켜보는 스카우터도 적잖았다. 시즌 막바지엔 양현종이 김광현에 비해 낫다는 해외 언론의 (스카우터 입을 빌린) 보도도 이따금 나왔다.
 
하지만 포스팅 전의 희망적 전망과는 다르게 막상 포스팅 절차가 진행되자 이들에 대한 MLB 팀의 평가는 차가웠다.
 
포스팅 관련 절차를 먼저 진행한 김광현의 최고 응찰액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200만 달러다. 1000만 달러를 기대하고 못해도 500만 달러는 되리라고 예상한 SK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포스팅 금액 정도에 따른 충격은 양현종과 KIA도 비슷했다. 양현종은 MLB 구단과의 교섭도 진행하지 않았기에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금액은 김광현에 비해서 낮은 150만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포스팅 금액을 받은 둘의 최종 선택은 달랐다. 김광현은 연봉협상 절차를 진행했고 양현종은 곧바로 포기 뜻을 밝혔다.
 
◇김광현의 한국 프로야구 연도별 성적. (정리=이준혁 기자)
 
그러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협상을 거친 김광현도 결국 잔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야구계에 따르면 김광현은 협상에서 연봉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 수준에 마이너리그 강등이 포함된 스플릿 계약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진출해서 특출나지 않다면 지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입단 계약을 맺지만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만 머물던 윤석민(28·전 KIA타이거즈)의 아쉬운 발자취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았다. 김광현은 오래 전부터 간직해오던 메이저리그 진출의 희망을 계속 '마음에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김광현의 교섭 분위기와 결과는 류현진과 매우 차이났다. 계약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다르빗슈 유(5170만 달러)-마쓰자카 다이스케(5110만 달러)-이가와 게이(2600만 달러)에 이은 역대 네번째로 많은 포스팅 금액을 받은 류현진은 계약기간 6년에 연봉총액 3600만 달러를 받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포스팅 응찰액을 합치면 6000만 달러를 넘는다.
 
급여만이 아니다. 류현진은 입단 5년 이후 FA 자격을 요구할 수 있는 옵트 조항, 매년 투구이닝 따른 100만 달러 인센티브 옵션, 게다가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얻어냈다. 류현진은 자신에게 이득이 될 옵션을 잘 챙겼고, 김광현은 불리한 조건을 들고 판을 접었다. 
 
◇양현종의 한국 프로야구 연도별 성적. (정리=이준혁 기자)
 
◇김광현과 양현종, 2시즌 후를 보면
 
'김광현과 양현종이 좋은 투수'라는 명제는 참이다. 한국 리그에서 둘과 비교될 선발 투수는 드물다.
 
그렇지만 '꾸준함'이란 측면에서 생각하면 약점이 명확하고, 둘의 전성기는 오래 전이다. 부진의 늪을 지나 다시 평지로 왔지만 '부활해서' 보여준 성적은 예전만 못했다. 기록으로 봐도 뚜렷하다. 내년부터 MLB로 진출해서 현재 받는 대접을 받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김광현은 지난 2008년 '16승 4패, 150탈삼진, 평균자책점 2.39'의 성적을 써냈다. 다승과 탈삼진 선두에, 평균자책점은 2위다. 2009년과 2010년까지 김광현의 전성기는 쭉 이어졌다.
 
양현종은 지난 2010년 '16승 8패, 145탈삼진, 평균자책점 4.25'의 기록을 남겼다. '1위'의 타이틀을 가져간 적은 없지만 2009년에 이어서 팀을 이끄는 에이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시즌 두 선수는 모두 호투했다. 다만 둘 모두 앞선 3년간(2011~2013년)은 매우 부진했다. 부상과 소속팀 부진 등의 요인이 부진에 일부 영향을 미치긴 했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MLB 스카우터에게 최근의 부진을 만회할 정도로 인상깊은 모습을 남기기에는 부족했다.
 
MLB에 융숭한 대접을 받고 진출해 현재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류현진. 류현진은 한국 리그에서 보여줬던 성적은 최고였다.
 
◇류현진의 한국 프로야구 연도별 성적. (정리=이준혁 기자)
 
류현진이 한국에서 활약한 2006~2012시즌(7시즌) 개인통산 성적은 '98승 52패,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이다. 동일한 기간에 류현진 이상의 성적을 보인 선수는 국내 선수는 물론 외국인 선수를 포함할 지라도 찾기가 어렵다.
 
류현진은 7시즌 동안만 공을 던졌지만 리그 통산 탈삼진이 무려 10위며, 평균자책점은 4위다. 승률은 6할5푼3리로 선동열 전 KIA 감독(0.785)에 이은 2위다. 류현진의 당시 소속팀인 한화 이글스가 여러 시즌에 걸쳐서 하위권에 머물렀던 사실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이같은 결과는 놀랍다.
 
미국 진출 직전 3년의 성적도 좋다. 2010년 '16승 4패, 187탈삼진, 평균자책점 1.82' 기록을 써낸 류현진은 그해 '한 경기 17탈삼진'(이전 16탈삼진), '23경기 연속 QS(QS : 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 이전 시즌 합산시 29경기 연속 QS)' 등 한국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양산했다. (규정 이닝을 채운) 선발투수의 1점대 평균자책점은 한국 리그에서 12년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이듬해엔 부상을 당해 개인 최저 이닝을 소화하나 '11승 7패, 128탈삼진, 평균자책점 3.36'의 기록을 남긴다. 김광현·양현종 개인평균 기록과 비견할만한 성적이 부상시즌 나왔다. 마지막 국내리그 활동 해에는 '9승9패'로 10승을 넘지 못했지만 소속팀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는 게 중평이다. 그해 류현진은 탈삼진왕(210탈삼진)을 차지했고 '평균자책점 2.66'으로 호투했다. '자기 할 몫'은 잘 해냈다.
 
게다가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호투를 펼치면서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MLB 선수가 다수 포함된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완봉승했고, 쿠바와의 결승전은 9회 1사 상황까지 2실점 완벽투로 맹활약했다. 선수 선발의 결정권이 있는 각 팀의 결정권자 뇌리에 그의 이름이 확실히 박혔다. 
 
결국 류현진은 좋은 조건에 다저스와 계약을 맺게 됐고, 다저스에서도 3선발 이내 자리에 들며 맹활약 중이다. 류현진의 연이은 호투에 미국 현지의 언론이 "다저스가 류현진과 '헐값 계약(bargain deal)'을 체결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류현진. (사진=로이터통신)
 
아직 김광현과 양현종은 젊다. 병역 문제를 해결했고 부활한 올해 둘의 성적은 충분히 봐줄만 하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부진을 탈출한 올해의 기록을 넘기는 성적을 내년부터 연이어서 낸다면 쉽게 열리지 않던 출입문은 전과 다르게 활짝 열리며 두 선수를 환영할 것이다.
 
류현진은 한국에 온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을 손쉽게 넘겼다. 반면 김광현과 양현종은 국내 리그 외국인 투수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둘은 '한국 리그 평정'에서 매우 차이가 있다. 앞으로 남은 두 해는 '눈 앞에 있는 목표'부터 말끔히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준혁 기자
이준혁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