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국제 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짙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 주요 외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유가 급락세가 세계 경기 하강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14달러(3.6%) 떨어진 배럴당 57.81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날 영국 런던석유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 내년 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83달러(2.9%) 떨어진 배럴당 61.85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다.
◇브렌트유 추이(자료=investing.com)
그동안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 및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인사들은 유가 하락이 소비를 촉진해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평가해 왔다.
그러나 유가 하락세가 진정될줄 모르자 다수의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은 궁극적으로 경기 둔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날 유가가 급락한 가장 큰 원인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석유 수요 예상 증가폭을 하루 23만배럴 적은 90만배럴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수요가 늘지 않는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를 시사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유가 하락에도 전 세계 소비 역시 큰 폭으로 늘지 않고 있어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낸시 스치미트 탐 삭 인베스트먼트 회장 역시 "유가 하락은 세계 성장률 하락의 첫번째 증거"라며 "특히 그동안 오일 수요가 컸던 이머징 마켓들의 성장이 정체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휴그 존스 휴그 존스 어드바이저스 회장은 "대부분이 저유가가 미국 경제에 호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러시아에는 악재고 러시아와 경제 교류가 많은 유럽에도 좋지 않아 글로벌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 흐름에 민감한 구리 가격 등이 동반 하락하는 점을 지적했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 파트너스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 급락은 세계 경제가 우리가 몇 주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더 부정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우려감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유가 수출에 경제를 의존하는 나라들은 유가 하락으로 디폴트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IEA는 월간 석유전망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 러시아와 같이 현금이 부족한 나라들은 저유가로 국가 소득이 줄어들고 이것이 내수를 위축시켜 디폴트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유가 하락과 서방 국가의 제재로 실물 경제가 위축돼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상태다.
베네수엘라 역시 석유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최근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16%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디폴트 리스크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는 내년 WTI가 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고 모건스탠리는 브렌트유가 내년 평균 53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가레스 루이스 데이비스 BNP파리바 전략가는 "단기적으로 봤을때 공급은 전망보다 훨씬 세다"며 "내년 1분기에도 재고가 넘쳐날 것이고 유가 하락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