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유출' 수사 범위 '확대'..'국정농단' 수사는 '소극'

최 경위 유서 "靑서 회유" 불구..靑 민정수석실 조사 소극적

입력 : 2014-12-15 오후 5:33:15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정윤회 문건'에 대해 '진위'와 '유출'의 투 트랙으로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가 수사 범위 확대에 있어서도 투 트랙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건 진위'를 중심으로 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의 수사는 사실상 '정윤회 문건'에 한정돼 수사가 진행되는 반면, 특수 2부(부장 임관혁)의 '문건 유출' 수사는 수사 범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수사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건 진위' 파악에 주력 중인 형사1부 수사는 비선실세 의혹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맏형격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잇달아 소환했다. 이에 대해선 문건의 내용이 허위라는 결론을 내놓기 위한 마지막 수순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은 또 문건 내용의 제보자를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으로 한정하고, 박 전 청장에게 정보를 제공한 인물들을 파악해, 문건의 신뢰성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청장에게 정보를 제공한 인물들에 대해서 "사건 본류와 무관하다"고 밝혀, 수사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문체부 인사 개입설' 등 檢 "진위 파악 끝난 뒤 본격 착수"
 
현재 형사1부에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건 여러 개가 배당돼 있다. '정윤회 문건'과 관련한 정씨와 청와대 비서진 8인의 세계일보 기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건과 함께 정씨 등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농단을 했다는 혐의로 고발한 건, 앞서 정씨가 '박지만 미행설'을 보도한 시사저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도 형사1부가 담당하고 있다. '박지만 미행설'과 관련해선 15일 검찰에 출석한 박지만 EG회장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형사1부의 수사 중 '정윤회 문건' 명예훼손 건을 제외하곤 모두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검찰은 국정농단 고발 사건에 대해선 '정윤회 문건' 수사의 한 부분이 끝나야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정윤회 문건의 진위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입을 통해 일부 사실관계가 드러난 '정윤회씨의 문체부 인사 개입설'에 대해선 수사가 본격적인 착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News1
 
검찰이 이재만 비서관이 검찰에 출석한 뒤에야, 이를 공개한 사실도 논란거리다. 검찰 관계자는 이 비서관의 신분이 '고소인'이기 때문에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비서관은 고소인인 동시에, 야당으로부터 '국정 농단'을 이유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피고발자 신분이기도 했다. 검찰 스스로 결정한 수사 미착수를 이유로 이 비서관의 소환을 비공개로 해 '실세 봐주기' 논란을 자초했다.
 
반면, '문건 유출'과 관련한 특수2부의 수사는 당초 '정윤회 문건'의 유출에서 '청와대 문건들의 외부 유출'로 수사 규모가 대폭 커졌다.
 
당초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경정)의 단순 '문건 유출'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청와대 개입 정황까지 나오며 더욱 복잡해진 양상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의 이름까지 문건 유출과 관련해 등장했다.
 
문건 유출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까지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문건을 들고 나왔다는 사실 정도만 확인된 상태다. 박 경정이 경찰 복귀 후,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7일간 보관해둔 청와대 문건들을 외부로 유출된 것 역시 파악됐다. 그러나 현재 이 문건을 누가 언론과 기업에 유출했는지는 아직 미궁속이다.
 
◇"靑이 회유" 최 경위 유서 불구 '靑 수사'엔 소극적
 
검찰은 정보분실 소속 최모(45)·한모(44) 경위가 문건을 몰래 복사해 유출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두 경찰관을 체포해 지난 1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12일 법원에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더욱이 검찰이 두 경찰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 영장에 '정윤회 문건'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 경위가 지난 13일 억울함을 호소하고, 청와대의 회유 의혹을 제기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건은 더욱 복잡해진 양상이다. 검찰은 최 경위의 자살에도 불구하고 "증거로 말하겠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객관적 증거를 통해 경찰관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이라고 청와대 회유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최 경위가 유서에 회유의 주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근무 중인 경찰'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한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한 수사 역시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 회유 의혹에 대해서 수사 진행 과정과 배치되는 얘기라며 소극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박지만 EG 회장이 15일 오후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과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News1
 
여기에 청와대가 자체 감찰을 통해 정윤회 문건의 작성과 유출의 배후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포함한 '7인 모임'을 지목하고 나선 점도 수사 대상이다.
 
앞서 청와대는 이 같은 감찰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해당 모임 멤버로 지목된 인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가 끝난 후, '7인 모임'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검찰은 박지만 회장이 세계일보 측으로부터 128건의 청와대 문건을 건네받았다는 부분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5일 오후 출석한 박 회장을 향해 검찰은 해당 문건의 향방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문건을 들고 나왔던 박 경정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적용을 검토하는 검찰 입장에선 박 회장이 문건을 보관했던 것이 확인된 이상 이 부분에 대해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野 "박 대통령 '하청수사'..신뢰 못해"
 
검찰의 이런 수사 방향에 대해 '정윤회 문건'의 주된 핵심 사항인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이 규정한대로 이번 사건에 대해 '문건 유출'에 초점을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 착수 전후로 두 차례에 걸쳐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해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성을 깎아내렸다. 여기에 자살한 최 경위마저 유언에 청와대의 수사 개입을 언급하며 논란은 거세졌다.
 
야당은 이미 불신 가득한 눈으로 검찰 수사를 바라보고 있다.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15일 브리핑을 통해 "국정농단 인사개입’에 대한 의혹은 하나도 풀리지 않았고,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대통령의 수사지침에 따른 검찰의 '짜맞추기, 하청수사'를 신뢰할 국민은 없다"고 검찰 수사를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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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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