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침구살균청소기 브랜드 레이캅코리아가 '유통채널 단일화'라는 승부수를 사실상 포기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라는 막강한 대기업이 건재한 데다, 소비자와의 접점 창구를 잃으면서 기존 활로로 회귀했다는 분석이다.
레이캅코리아는 지난 4월 TV홈쇼핑과 오픈마켓,
롯데하이마트(071840) 등 온·오프라인 주요 유통 채널에 전격적으로 납품을 중단한 이후 자사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레이캅 다이렉트몰'에서만 제품을 판매해 왔다. 위험성이 짙은 승부수였다. 일각에서는 도박으로 보며 우려했다.
자신감은 있었다. '침구청소기=레이캅'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는 동시에 유통채널의 경쟁구도로 제품 가격이 들쑥날쑥한 것을 다잡기 위함이었다. 브랜드 가치 제고와 제품 가격을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물론 유통채널에 따른 수수료 등 실속도 챙기고자 하는 의도도 짙었다.
하지만 레이캅코리아는 이달 들어 롯데하이마트와 GS샵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등 자사 온라인샵 이외로 판매처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더 이상의 단일화 전략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판매망 정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지난 4월 이후 전월 대비로는 고객 유입수, 제품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도 "다만 아무래도 제품 노출이 많고, 소비자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야 눈길을 받기 쉽기에 오프라인 등으로 유통망 확대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단 아직 홈쇼핑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형 가전업체의 유통채널 단일화는 독자적 판매망이 취약한 업계 특성상 실험이자 모험이었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축소되는 것을 상쇄할 유일한 요인은 소비자가 알아서 찾아줘야 하는 확고한 브랜드 가치다. 침구청소기 시장에서 LG전자라는 강자를 비롯해 다수의 경쟁자가 있는 가운데 굳이 소비자가 레이캅을 고집할 이유나 유인책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이번 레이캅의 실험을 의미있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판매망 정비를 통해 억울한 유통망 구조에 대항하는 중소기업도 존재함을 세상에 알린 데다, 레이캅의 자사 제품에 대한 확신만은 인정해 줘야 한다는 분위기다.
소형가전업체 한 관계자는 "일본 등으로의 레이캅 해외매출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유통망 축소에 따른 국내시장에서의 판매 위축이 아쉬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망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