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가계부채 전체 규모가 증가하면 가계 뿐 아니라 은행과 비은행권까지 예금취급기관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
최근 금융규제 완화이후 대출수요자들은 주택구매보다는 추가대출을 통해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17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LTV·DTI 규제 완화 이후 기존대출의 전환(12%->11%)과 최초 주택구입 목적(51%->47%) 대출비중은 감소한 데 비해 기존 주택을 담보로 한 추가대출 목적(37%->42%)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은행 신규취급 중 생활자금 용도 비중 추이(자료=한국금융연구원)
은행의 신규주택담보대출 중 생활자금 용도 비중도 지난 7월 16%에서 10월 26%로 크게 늘어났다. 규제완화 이전에는 대출여력이 없던 가계에서 규제완화 직후 생활자금 등의 용도로 대출을 확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비은행의 우량고객이 은행권 대출로 넘어가면서 은행 건전성 리스크 증가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비은행권에서는 우량고객이었지만 은행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우량인 이 고객들이 유입이 지속되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택시장이 활발해지지 않고 경기 회복속도도 더딘 상황에서 가계대출 급증이 은행의 대출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내년도 가계대출 목표치를 올해보다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12.5%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보인 우리은행은 내년 증가율을 목표치를 5.7%로까지 낮췄고, 올해 8% 증가율을 보인 신한은행도 내년 전망을 5%대 초반대로 하향조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부동산 부양정책이 다 쏟아져 나와서 약발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회복세가 더디고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이 리스크 관리 고삐를 죄면 또다시 일부 저신용 대출자들은 비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비싼 이자를 물어 빚의 질이 나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비은행도 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 그동안 비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우량 고객군 이었는데 이들이 상당히 유출되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으로 유출된 고객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부실위험이 높은 신용대출 확대에 나서면서 건전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 상가나 토지 등 상대적으로 관리가 어려운 영역으로 대출이 이동할 수 있어 질적 구조가 악화될 위험이 크다.
금융당국은 실제로 이 같은 문제를 우려해 비은행을 상대로 대출 억제책을 가동했다. 상가·토지 담보대출은 주택대출과 달리 대출 규제 비율이 적용되지 않아 부실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건전성과 부실 위험이 있는 제2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은행권 가계대출은 아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지속적으로 지켜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