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유상범 3차장검사)이 '문건 유출'사건에 대해 잠정 결론을 내린데 이어, '박지만 미행설'에 대해서도 허위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관심은 '문건의 내용'에 대해 수사 중인 형사1부(부장 정수봉)에 쏠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 수사가 '국정 개입 의혹 수사'의 성패를 결정지을 마지막 고비이다.
현재 청와대 문건 내용과 관련해 형사1부에는 총 4건의 고소고발 건이 배당돼 있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해선 ▲11월28일 청와대 비서진들의 세계일보 사장·편집국장 등 6명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12월3일 정씨의 기삭작성 세계일보 기자 3명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건이 직접 연관돼 있다.
또 지난 3일 한겨레를 통해 정윤회씨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설이 불거진 뒤 ▲12월7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씨 및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정호성 제1부속·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 등에 대한 직권남용 고발 ▲12월16일 정씨의 새정치연합 무고 맞고소가 배당됐다. 여기에 지난 7월에 정씨가 '박지만 미행설' 관련 시사저널 기자를 고소한 건도 수사 중에 있다.
◇'정윤회 문건'·'미행설 문건' 내용 '허위' 잠정 결론
검찰은 '정윤회 문건'의 내용을 '허위'로 잠정 결론지은 데 이어, '박지만 미행설'의 근거가 된 문건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낮다"며 허위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선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47) 전 청와대 행정관(경정)에게 관련 내용을 제보한 박동열(61)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의 정보 제공자들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정보 제공자 중에 '유력 인사'는 없다고 밝혀, '잠정 결론'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정씨가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와 관련해서도 미행설의 주된 근거가 된 박관천 경정의 작성 문건에 대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건에 기재된 미행자와 미행설 유통 관련자들을 추가 조사 중이지만, 판단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정윤회씨. 그를 둘러싼 의혹 중 '정윤회 문건'·'박지만 미행설'에 대해 검찰은 '허위'로 잠정 결론 낼 것으로 전해졌다. ⓒNews1
대략적으로 '정윤회 문건'과 '미행설'에 대한 진위 파악을 마친 만큼, 검찰은 해당 기사들을 작성한 <세계일보>와 <시사저널> 기자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검찰은 세계일보 기자 김모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기사 작성 경위 등에 대해 파악하고 있으며, 조만간 다른 기자들 역시 소환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찰은 이와 동시에 본격적으로 명예훼손 성립에 대한 법리 검토에도 힘을 쏟고 있다. 법조계에선 세계일보 기자들이 청와대 문건을 근거로 보도한 것인 만큼 처벌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언론계에서도 검찰이 이미 문건의 진위를 확인한 이상, 언론 탄압 비판을 우려해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씨, 의혹 부인..유진룡 전 장관 "가능성 있어"
다만, 정씨 등의 문체부 인사 개입설과 관련한 수사 착수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전날도 검찰은 진행 중인 '정윤회 문건' 수사가 대략 끝나야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의 독대에서 특정 문체부 국장·과장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면서 인사조치를 요구했다며 여기에 정씨가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0일 검찰에 출석했던 정씨는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초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사건을 가지고 당사자인 정씨에 대해 조사를 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이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 수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유 전 장관, 김종 2차관와 대한승마협회 관련자들이 줄소환 돼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 전 장관은 지난 4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에 대해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인정한 바 있다.
검찰이 문체부 인사 개입 논란에 대해 조사에 나설 경우, 박 대통령의 그 같은 언급이 나온 배경을 파악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으로 박 대통령이 연관된 만큼 검찰로서도 수사에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