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메신저가 더 중요하다. 개헌은 지당한 말이나 메신저가 국회의원이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국회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국민들이 듣는다. 국회에선 국회의원들이 개헌하자고 목청 높이고 얘기해야만 국민들이 듣는다."(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새누리당의 대표적 개헌찬성론자인 정두언 의원과 이재오 의원이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의 방향·방식과 관련해 사뭇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담론을 진단한다' 토론회에 참석해 "아무리 좋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개헌은 지당한 말이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메신저가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국민들은 국회의원들 '생선가게 앞 고양이'로 보고 있다"며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고치겠다고 하니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100% 개헌 찬성론자'라고 밝히며 "개헌을 얘기하려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신뢰부터 얻어야 하는데, 의원들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여야 공히 국민경선제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모두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며 "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에 들어섰다. 당권은 곧 공천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또 여당에 대해서도 "국민경선제를 하겠다면서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을 뽑았는데 당 대표를 없애겠다는 얘기는 절대 하지 않고 있다"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오 위선, 이중플레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국민경선제를 하려면 적어도 전당대회에 나가서 '내가 대표가 되면 가능한 6개월 내에 대표직을 없애겠다'고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개헌 찬성하는 사람이 2/3가 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토론회를 할 필요가 없다"며 "밖에 계신 분들이 개헌을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 주최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담론을 진단한다' 토론회에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 주요인사가 참여했다.(사진=곽보연기자)
하지만 이날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한 대표적 개헌론자 이재오 의원은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개헌에 대한 문제제기를 활발히 해 국민들의 집중을 환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87년체제의 문제점과 독일-오스트리아 모델'에 대한 토론에서 "교회에서는 기도를 해야 하나님이 들어주든지 말든지 하고, 절에서는 스님이 발원을 해야 부처님이 들어주시든지 말든지 한다"면서 "정치권에서는 정치인들이 문제제기를 해야 국민들이 듣던지 말던지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개헌을 논의하지 말라고 하니 국회에서 개헌 얘기가 사라졌다"며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개헌하자고 목청을 높이고 얘기해야만 국민들이 우리 헌법에 무슨 문제가 있구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짓을 보면 국민들이 중대한 논의를 맡길 수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국회의원이 되면 청와대와 여당 눈치만 보고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다 옳은 말을 하면 다음에는 의원이 되지 못한다"고 개탄했다.
이재오 의원과 함께 토론자로 참석한 우윤근 원내대표는 "'정윤회 게이트'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대통령 측근의 과도한 인사전횡은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며 "올 연내에 정치개혁특위와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해 정치 개혁을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새정치연합 이언주 의원과 한림국제대학교대학원 정치경영연구소의 공동 주최로 열렸으며,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기조강연을 맡았다.
토론회는 '87년 체제의 문제점과 독일-오스트리아 모델', '기득권 내려놓기와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과 권력구조 개편의 맞물림' 등 크게 3개 영역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