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선고. 긴박해던 3시간

헌재 주변 경찰 1천여명 배치..진보당도 7백명 모여
선고되자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살해한 날" 고성도

입력 : 2014-12-20 오전 12:49:26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통합진보당의 정당 해산 심판 선고 2시간 전.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안국역 인근은 일찍부터 긴장감이 가득했다.
 
길거리에는 진보당 해산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고 경찰버스가 길에 즐비했다. 이날 투입된 경찰병력은 10개 중대 1000여명으로 알려졌다.
 
헌재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부터 경찰들의 통제가 시작됐다. 경찰들은 헌재 방향으로 가는 시민들의 목적지를 물은 후 우회로로 안내했다.
 
헌재에 간다고 답한 시민들에 대해서는 소속을 증명할 수 있는 카드를 제시해야 했다. 시민들과 당원들은 출입을 막는 경찰들과 일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헌재 입구에도 경찰병력 80여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앞을 막아선채 헌재 관계자들과 법조출입기자, 방청객들의 신분을 확인한 후 들여보냈다.
 
◇통합진보당 선고가 예정된 19일 새벽 헌법재판소 앞을 경찰들이 지키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진보당은 이날 선고가 나기 전 당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헌재 앞에서 9시20분에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안상의 문제로 경찰이 헌재를 봉쇄하면서 일반인들의 헌재 출입이 어려워지자 진보당은 급히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했다.   
 
기자회견 시작 10분 전. 진보당은 안국역 4번 출구에 위치한 래미안 갤러리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길 건너에는 바른사회시민연대·나라사랑어머니연합· 탈북단체연합 등이 모여 진보당 해산 찬성 시위를 했다. 진보당 추산으로 700여명이 운집했다.
 
이 자리에서 오병윤 원내대표는 "최후변론 한 달도 안 돼서 선고를 결정했고 불과 2일 전에 통보했다"며 "십상시 국정문란으로 혼탁한 정국 돌파를 위해 진보당을 희생양 삼는다는 의심이 이곳 저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며 선고일 결정의 배후를 의심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어 "유신정권,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지나오며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으로 죽고 투옥당하며 민주주의를 만들어왔다"며 "민주주의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고 헌재가 국민의 뜻을 담은 판결을 내리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대표와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이 19일 안국역 인근 래미안 갤러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기자회견 직후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진보당 의원단은 차량을 이용, 헌재 우측 입구로 향했다.
 
오전 9시20분. 정당 해산심판 선고가 열리는 헌재 대심판정에 방청객의 입장이 시작됐다. 방호원들은 법정을 입장할 때 방청권을 꼼꼼히 확인했고 가방은 두고 들어가게 했다.
 
9시50분이 되자 방청석 120여석이 꽉찼다. 같은 시각 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근처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 DMB를 통해 실시간 중계 영상을 봤다.
 
10시5분. 드디어 선고가 시작됐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잠시 고개를 숙이며 숨을 고른 후 바로 결정문을 읽기 시작했다. 
 
진보당에서는 이 대표와 오병윤·김재연 의원 등이 피청구인석에 착석했다. 일부 방청객은 두 손 모아 기도를 하거나 필기구로 결정내용을 적기도 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내부 모습ⓒNews1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박한철 소장의 발언에 따라 청구인인 법무부와 피청구인인 진보당측의 표정이 엇갈렸다.
 
박 소장이 "피청구인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라며 기각 의견이 나오자 청구인측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또 박 소장이 "이석기 등 그들의 신념일 뿐"이라는 말을 하자 법무부 청구인쪽 대리인단의 정점식 검사장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보였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박 소장이 당 해산을 선고하자 김미희 의원은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대표는 끝까지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선고 결과에 눈물을 보이는 당원을 위로하며 아쉬움의 포옹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해산 결정 선고가 끝난 후 이정희 대표가 당원을 위로하고 있는 모습.ⓒNews1
 
재판이 끝난 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법정에서 "오늘로서 헌법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이라고 고성을 질렀고 결국 직원들에 이끌려 퇴장했다.
 
선고 내내 차분한 모습이던 방청석에서도 "미쳤어 미쳤어. 8대1이 뭐야.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죽었어. 이게 나라야"라는 발언이 나오며 한 때 소란이 일었다.
 
법정에서 무덤덤한 모습을 유지했던 이 대표는 헌재를 빠져나오자 감정이 격해진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진보당을 독재정권에 빼앗겼다"면서 "역사의 후퇴를 막지 못한 죄를 저에게 책임을 물어달라"며 잠시 울먹였다.
 
이 대표 등 통진당 관계자들은 머리 숙여 깊은 인사를 남긴채 헌재 인근 종로구 운니동 재동로터리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 몸을 실었다.
 
오후 2시 현재 헌법재판소 앞에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30여명의 경찰 인력들이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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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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