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상파에 광고총량제를 허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며 미디어 업계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19일 최성준 위원장 주재로 제59차 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광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송광고 제도개선안'을 보고받은 뒤 이를 추진키로 했다.
제도개선안은 방송광고 활성화를 위해 ▲가상광고 허용장르·허용시간 확대 ▲신유형 방송광고의 제도화 ▲간접광고 허용시간 확대 및 기준 명확화 ▲방송 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총량제 도입 ▲협찬고지 금지 완화 및 종류 확대 ▲방송광고 금지품목 규제의 개선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중 미디어 업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방송 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총량제 도입에 규정된 지상파의 광고총량제 허용이다.
이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는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평균 100분의 15이내, 최대 100분의 18의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광고편성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램 광고(프로그램 시간의 10% 이내), 자막광고(시간당 4회, 회당 10초), 토막광고(시간당 2회, 회당 1분30초), 시보광고(시간당 2회, 10초) 등 기존의 개별적인 규제를 폐지하고 전체 광고에 대한 시간만을 제한한다.
광고주가 요구하는 상품 구성이 어렵과 광고시장의 창의성 제고가 어렵다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것이 방통위의 설명이다.
다만 지상파 광고총량제 허용이 광고의 지상파 쏠림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방송프로그램광고 시간에 최대 허용시간인 100분의 18 중 100분의 15를 넘지 않도록 상한을 설정했다.
또 지상파 방송의 평균 총량과 최대 총량을 유료방송보다 적은 수준으로 규정했다.
유료방송의 경우 토막·자막광고 규제를 폐지하고, 시간당 총량제(시간당 평균10분, 최대12분)를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 당 평균 100분의 17이내, 최대 100분의 20의 범위 내에서 자율적 편성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유료방송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의 방송광고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 광고 규제를 유료방송 수준으로 완화한다면 광고시장의 독과점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의 객관적 효과가 공개되지 않은 점도 논란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방통위는 광고총량제 도입에 앞서 방송광고산업활성화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광고총량제의 효과를 연구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전문위의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논의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다양한 가정에 근거할 수 밖에 없는데 가정에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효과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들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의 공정성과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방송광고 제도개선안이 특정 매체를 도와주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방송광고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방송광고 규제를 완화해 민간의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 기본 취지"라며 "방송 광고시장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고삼석 상임위원도 "사업자들이 핵심 재원 문제를 놓고 찬반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특정 시점에 특정 정책만을 놓고 자사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종편PP를 포함한 유료방송에서 허용해주는 중간광고를 지상파에 불허하고 있는 상황은 비대칭 규제에 해당한다"며 "특정 집단에 이익이 아닌 전체 사회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재홍 상임위원 역시 "지금은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간의 차등적이고 불평등한 규제가 존재한다"며 "더이상의 비대칭 규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보고된 안건은 다음주 초 40일간의 입법 예고를 거친 뒤 공청회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