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 파손'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조성진 LG전자 사장을 조만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21일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주형)는 조 사장을 최근 출국 금지한 데 이어 구체적인 소환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조 전 사장은 다음 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5'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행사 이후로 조사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CES는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전시회로, 전자업계의 올림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 사장의 요청에 대해 검찰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행사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조기에 조사를 받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류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조 사장을 이르면 이번 주 중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피고소인 신분으로, 이미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진 조 사장을 그의 요청이 있다고 해서 출국금지를 일시 해제하는 것은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수백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석채 KT회장에 대해서도 아프리카 르완다로 출장가는 것을 사실상 용인했다가 '봐주기 수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조 사장의 CES 2015 참석에 따른 조사 일정 조정 요청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조 사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해 이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런 가운데 LG측은 지난 12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 사장과 자사 임원들을 고소한 삼성전자 임직원들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LG전자는 고소장에서 삼성전자측이 최근 증거로 제출한 손괴된 세탁기 현물이 사건 당시 해당 물건과 동일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LG전자는 "특정 매장(자툰 유로파센터)에서 파손됐다고 주장한 세탁기를 증거물로 제출해 줄 것을 계속 요청해 왔으나, 삼성전자는 지난 9월11일 매장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증거물 제출을 계속 미루다가 최근에야 제출했다"며 증거은닉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시내 가전 양판점 자툰 슈티글리츠에서 조 사장 등이 자사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조 사장과 LG 임원 등을 업무방해·재물손괴·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그러나 LG전자 측은 임직원이 매장에서 경쟁사 제품의 사용환경을 테스트 하던 중 오해를 산 것이라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편, 독일 현지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한 뒤 조 사장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청사(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