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14일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민족주의적 대응은 문제를 이웃나라들에 전가하고 그 반작용을 초래할 뿐"이라면서 민족주의적 대응 자제를 회원국들에 촉구했다.
라미 총장은 14일 제네바 WTO 사무국에서 153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보호주의 모니터링 회의'를 주재한 뒤 이같이 말하고, "그동안의 경험은 보호주의로는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그는 작년 11월 워싱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무역에 새로운 장벽을 만들지 않겠다'고 합의했던 이른바 `스탠드 스틸' 공약과 현 상황 간에 "일부 차이가 있다"고 말해 종전에 비해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앞서 라미 총장은 지난 1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작년 11월의 공약들이 전혀 존중되지 않고 있다"면서 주요국 정부들의 보호주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으나, 지난 2일 G20 런던
정상회의 이후 이 같은 입장이 변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달 발표된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G20 가운데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17개국이 당초의 약속을 어기고 다른 나라에 피해를 주는 47건의 보호무역 조치를 취했으며, 대부분 국제무역규범의 테두리 안에서 애매모호하게 위장했다.
WTO는 지난 달 23일 발표한 연례 무역보고서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로 인해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면서 올 해 글로벌 무역량이 약 9%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날 모니터링 회의에서 회원국 대표들은 지금까지는 글로벌 차원에서 회원국들 간의 보호주의 전쟁 위협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하는 한편, 각국 정부들은 무역 흐름을 주시하고 자국 시장의 개방을 유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제네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