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한 해 동안 미국 경제의 독주가 이어졌다. 유로존과 일본, 신흥국은 저물가와 통화위기를 경험했다. 특히,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 탓에 외환위기에 직면했다. 중국은 기준금리까지 낮췄음에도 경기둔화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다.
국제 유가는 원유 감산 조치가 무산된 데다 달러화 가치 강세가 지속돼 하락세를 거듭했다. 반대로 글로벌 증시는 미국 경제 호조에 힘입어 대부분 상승했다.
뉴스토마토는 올해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2014년 글로벌경제 10대뉴스'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미 양적완화 '종료'..경제 회복 '자신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년간 시행해 온 양적완화(QE)를 지난 10월에 종료했다. 국채나 주택담보부 채권을 사들이지 않아도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오바마 임기 이후 최저치인 5.8%로 낮아졌고 소비지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기준금리만 인상되면 통화 완화 기조는 일단락된다. 금리 인상 시점은 불분명하다.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을 감안해 내년 4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아베노믹스 성과 미비..엔화 약세만 '부추겨'
2년째 진행된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판명났다. 일본은 지난 3분기 마이너스(-)0.5%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지난 2008년 이후 4번째 경기침체를 맞았다. 경기부양에도 소비세 인상 우려가 지속된 탓이다. 이에 일본 중앙은행(BOJ)은 양적완화 목표를 연간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고 매입하는 국채 규모도 30조엔에서 80조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아베 정부는 소비세율 2차 인상 시점을 오는 2017년 4월로 연기했다. 이런 일본 당국의 움직임에 엔화 약세가 심화돼 지난 12월4일 달러·엔 환율은 7년 만에 처음으로 120엔을 돌파했다.
◇일본 물가 상승률 추이 2012~2014년 3분기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지구촌 디플레 위기..저물가 장기화 우려
지구촌이 저물가 늪에 빠졌다. 국제유가 하락과 수요 부족이 그 원인이다. 특히, 유로존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하한데다 각종 자산매입 정책을 시행 중인데도 물가가 매우 낮다.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3%로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ECB 목표치인 2%에도 한참 밑도는 수치다. ECB는 현재 비전통적 경기 부양책인 국채매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도 소비세 인상 조치 이후 디플레 공포에 시달렸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1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국제 유가 '폭락'..산유국 경제난 우려
국제유가가 지난 6월 115달러에서 반년 간 50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칠쳤다. 유럽과 아시아 경기 둔화 여파와 산유국 생산 유지 조치가 겹친 탓이다. 달러 강세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휘발유 값은 지난 5년래 최저치인 갤런당 2.50달러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저유가에 힘입어 미국 소비심리가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같은 산유국은 수익 마진이 줄어 극심한 재정적자를 겪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7월~12월 (자료=인베스팅닷컴)
◇러시아 경제 궁지 몰려..루블화 가치 '뚝'
러시아가 외환위기에 처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 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대비 70%나 곤두박질쳤다. 서방의 경제 제재, 유가 하락, 지정학적 위기 등 악재가 겹치면서 루블 약세가 심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통화 유연성이 악화됐다며 러시아를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켰다. 러시아는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5.5%, -3.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증시 '호조'..6년 연속 '불마켓'
미국 증시는 올해까지 6년째 강세장을 이어갔다. S&P500지수는 올 들어 12% 상승했고 다우지수는 10%가량 올랐다. 나스닥지수도 20% 점프했다. 양적완화는 종료됐지만, 경제 펀더멘탈이 개선된 덕분에 증시가 오른 것이다. 유럽 증시도 미국 경기 회복세와 추가 부양 기대감에 상승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50지수는 올해 4% 올랐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경기 부양 기대감에 무려 50% 솟구쳤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9.5% 올랐다.
◇S&P500지수·상하이종합지수·범유럽지수 (자료=인베스팅닷컴)
◇중국 후강퉁 실시..외국인 투자자에 문 '활짝'
중국이 지난 11월17일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을 시작했다. 이제 외국인들도 2조달러에 이르는 중국 본토 증시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QFII) 자격 없이도 홍콩에서 상하이 A주를 사들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후강퉁 시행 첫날 상하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일일 매수 한도인 21억달러에 달했다. 한도 소진율 100%를 이룩한 것이다. 이후 한 달 사이 10~20%까지 떨어졌다.
◇알리바바 뉴욕증시 상장..사상최대 IPO '기염'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지난 9월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주당 68달러의 공모가로 출발한 알리바바는 250억달러를 모집하고 성공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기록됐다. 최근에는 주당 100달러를 돌파해 아마존과 이베이의 시총 총합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1월에는 세계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시가총액에서 앞질렀다. 덕분에 잭 마 알리바바 회장의 자산은 292억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173%나 증가했다. 외신들은 6만달러 규모의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던 잭 마가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를 제치고 올해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린 자산가가 됐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 주가 추이 (자료=CNBC)
◇아르헨티나 디폴트..페소화 30% 하락
지난 7월 말 아르헨티나가 13년 만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아르헨티나는 미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헤지펀드에 15억달러의 채무를 상환하지 않았다. 채무 재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헤지펀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채무 조정안도 나왔지만, 양측 대표단의 의견차로 협상은 결렬됐고 결국 아르헨티나는 기술적 디폴트로 진입했다. 이 여파로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올해 달러대비 30%나 하락했다. 그동안 물가가 38%나 올라 서민들의 생활고는 커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권 교환 등의 방식으로 디폴트를 모면하기 위해 애를 썼다.
◇글로벌 M&A '활발'..주가 상승에 '편승'
올해 전 세계 인수합병(M&A)이 활기를 띠었다. 톰슨로이터에따르면 올 한해 세계 M&A 규모는 3조340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무려 47% 증가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M&A 건수는 5% 줄었다. 그만큼 M&A 한 건 한 건에 큰돈이 오갔다는 뜻이다. M&A 증가 요인으로는 저렴한 자금조달비용, 높은 주가 등이 있다. 부문별로는 제약과 기술, 미디어 M&A가 두드러졌다. 기업별로는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가 타임워너케이블을 인수하기 위해 710억달러를 써 최고 규모의 M&A를 기록했다. 그 뒤를 AT&T의 디렉TV 인수(672억달러)와 액타비스의 앨러간 인수(664억달러)가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