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혐오시설 논쟁 속에 정부 전력정책만 표류

입력 : 2014-12-26 오후 5:43:1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노후원전 재가동과 최근의 원전 사이버테러 위협으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원전이 사회기반시설이냐 혐오시설이냐 문제로 지역마다 입장이 엇갈린다. 규명되지 않은 원전의 경제효과 탓에 정부의 전력정책만 표류하고 있다.
 
26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국내 원전은 23기로, 경북 울진군 6기(한울 원전), 경주시 5기(월성 원전), 부산시 6기(고리 원전), 전남 영광군 6기(한빛 원전) 등이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2012년에 강원도 삼척시와 경북 울진군, 영덕군 등을 3곳을 신규 원전건설 예정지로 선정하고 2030년까지 원전 18기를 증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수명을 늘린 노후원전을 포함해 2030년에 총 41기의 원전이 가동되는 셈이다.
 
◇2007년 6월부로 설계수명을 종료했지만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고리 원전1호기(왼쪽)와 2015년 초 가동을 목표로 한 신고리 원전3·4호기(오른쪽)(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원전을 보유한 지역과 새로 짓기로 한 지역마다 원전을 보는 시선은 제각각이다.
 
지방자치단체 중 원전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경북 울진군이다. 울진군청과 군의회는 원전 증설은 물론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도 유치에도 뛰어들었다.
 
울진군청 관계자는 "울진군은 경북 최북단에 위치한 불리한 지형조건 탓에 지역 경제발전에 어려움이 많다"며 원전을 유치하면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원전 해체시장은 앞으로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지자체 차원에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울진군에 2500억원의 지원금을 투입하고 원전이 준공된 이후에도 발전소 운영기간 동안 꾸준히 지원금을 줄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자원시설세가 1㎾h당 0.25원에서 0.5원으로 인상되면 울진군은  3000억원 수준으로 세수까지 확보할 전망이다.
 
경북도청과 경북도의회도 울진군의 원전 증설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모양새다. 경북은 아예 울진군과 영덕군, 포항시, 경주시를 잇는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을 지역 핵심개발 사업으로 선정하고 2028년까지 13조원을 투입할 계획까지 세웠다.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조감도(사진=경북도청)
 
반면 원전을 혐오시설로 규정하고 정부의 원전 증설계획에 반발하는 곳도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이 원전 유치 백지화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강원 삼척시가 대표적이다. 삼척시청과 시의회는 원전 유치신청 반대에 대한 주민투표까지 진행했다.
 
부산시는 서병수 시장이 직접 나서 고리 원전1호기의 폐쇄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경북 영덕군은 주민들이 중심이 돼 원전 유치를 반대한다. 정부가 영덕군에 지으려는 원전은 총 4기로, 국내 원전 중 발전용량이 가장 큰 150만㎾급이다.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측은 "원전 자체도 반대지만 기술적으로 문제가 많고 상용화도 안 된 초대형 원전을 짓는 것은 위험을 안고 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전 유치에 따른 경제효과는 정부의 사탕발림이라고 주장했다.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측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봤듯 수천억원, 수조원의 지원금을 줘도 사고 한번이면 쑥대밭이 되는 게 원전"이라며 "원전 유치 취업이 늘어나고 지원금을 통해 재정이 불어나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은 순 거짓말로, 전국에서 원전이 가장 많은 경북의 재정자립도는 전국에서 최하위권"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원전지역 주민 중 갑상선암에 걸린 환자들이 한수원을 상대로 공동 손해배상소송에 나선 것처럼 원전에 따른 건강상의 피해와 불안 역시 원전의 역효과로 지적된다.
 
이렇게 원전의 경제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발할 뜻을 보임에 따라 국가 에너지정책이 표류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경북의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영덕군민들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좌초될 위기다. 경북은 원자력 클러스터에 원전 유치뿐 아니라 원자력테마파크,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 원자력 관련 국책기관 유치 등의 계획을 포함했으나 이조차도 답보상태다.
 
아울러 원전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커지면 노후원전 재가동과 2030년까지 원전 41기를 유지하겠다던 구상은 물론 2035년까지 국가 전체 에너지발전량 가운데 원전의 비중을 29%로 유지하겠다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도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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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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