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선개입' 원세훈 前원장 항소심 징역 4년 구형(종합)

"그릇된 종북관, 정치관여·선거개입으로 연결"
사이버토론공간서 여론조작..반 헌법적 행태"

입력 : 2014-12-29 오후 7:41:03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정원을 동원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63) 전 원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9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 부장)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 판결의 법리오해와 사실오인 등을 지적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과 같이 기소된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씩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종북세력으로 보는 그릇된 종북관에 기인한 것이고, 진보와 보수로 갈리는 정치현실에서 정치관여로 귀결됐고, 모든 정치이슈가 선거이슈로 수렴되는 선거 시기에 선거개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가정보원의 원칙과 한계를 넘어 정치에 관여하고 공무원 지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범행"이라며 "민주적 의사형성에 필수적인 사이버 토론공간에서 여론을 조작한 것은 반헌법적 형태"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국정원장의 그릇된 인식으로 소중한 안보자원이 사유화돼 안보역량에 저해를 초래한 데 준엄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향후 국정원이 정치적으로 독립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은 "국가안보와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고 북한의 안보위협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노력했다"며 "어느 정파에 기울어서는 안 되고 나라에 도움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최후변론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지시해 직원들이 정치와 선거에 관련한 글을 인터넷 등에 올리라고 한 것인데, 하지 말라는 지시는 했어도 하라는 지시는 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내가 사이버심리단을 확대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고 하지만 북한의 사이버전을 알지못하는 주장"이라며 "국정원은 원장이 방어심리전 부서와 같은 소규모 부서까지 관여하거나 챙기는 곳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섹스피어의 희극 '베니스 상인'을 보면 남자 주인공이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리며 돈을 못 갚으면 자기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각서를 썼다"며 "재판에서 '살을 떼갈 수 있으나 피를 가져간다는 말은 없으니 피를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 판결은 국정원의 활동을 정당한 활동으로 인정하면서, 정당과 정치 관여활동에 해당하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공작이 정치적인 데 엮여 있어 겹칠 수밖에 없는데 방어심리전 하지 마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원심이 살을 떼기 위해 피를 흘린 데에 유죄를 선고한 것은 베니스 상인의 판결과 같은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정치관여도 아닌 것이 선거법 위반으로까지 엮여 기소돼 억울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차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내 행위를 후회하지 않는다"며 "안보현장에서 북한의 위협을 체험한 이상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됐다"고 말했다.
 
민 전 단장은 "지금도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국정원 직원과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공직생활이 회한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내년 2월9일 오후 2시 312호 법정에서 열린다.
 
원 전 원장은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4년에 처해졌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 전 차장과, 민 전 단장은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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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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