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정부가 설익은 정책들을 급하게 쏟아내면서 국정운용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내놓은 정책을 둘러싸고 부처간에 갈등을 빚는 것은 물론 국회와의 협의도 엉망이다.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데도 책임자가 없다는 한탄도 나온다.
15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놓고는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가 뭇매를 맞고 있고,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를 놓고는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폐지 관련 법안'도 국회와의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부가 소송 당할 위기에 처했고,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놓고는 복지부와 재정부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 어설픈 노후차 교체 세감면..혼선 초래
정부가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해 내놓은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은 "자동차 지원책이 아닌 노동탄압책"이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자구노력이 전제조건"이라고 못박았지만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입을 미루자 다급해진 정부는 업계가 자구방안을 내놓기도 전에 방안을 발표했고, 이 과정에 기획재정부와 혼선을 빚었다.
지경부는 지난 12일 연말까지 오래된 차를 팔고 새차를 구입하면 최대 250만원까지 세금을 감면해준다고 발표했지만 다음 날 재정부는 노사관계 진전에 따라 세금감면은 조기에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혀 세금감면에 대한 입장차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발언의 기회만 노리던 자동차업체들은 재정부가 세금감면을 조기에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힌 다음 날 "추가할인해줄 형편이 아니다"며 정부의 뒷통수를 쳤다.
재계는 정부가 혼선을 시장에 주는 바람에 문제가 더 커졌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업계의 문제라기보다 정부 부처간의 혼선이 더 문제 아니냐"며 "구매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에 대해 부처간 다른 말을 해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줬다"고 지적했다.
◇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부처간 엇박자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미국이 지원하니까 우리도 지원해야 한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며 "자동차산업이 사양길인 미국의 지원책과 자동차 유망주인 한국과의 차이를 정부가 아직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원은 "지식경제부가 이 업체들을 못 도와줘서 안달이 난 이유를 모르겠다"며 "지금이 노조를 개혁할 가장 좋은 기회인데 그 기회마저 놓쳤다. 기업을 감싸도 너무 감싼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를 놓고도 불협화음은 계속되고 있다. 국토부는 '풀자'는 입장이지만 재정부는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권도엽 국토부 1차관은 전날 언론에서 "투기지역은 해제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허경욱 재정부 1차관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2~3주 동안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을 뿐 아니라 거래량도 늘어났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해 서로 방향이 어긋났다.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도 오리무중..부총리제 부활론도 솔솔
영리의료법인 설립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놓고도 정치인 출신의 힘있는(?)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뚝심에 재정부가 밀리는 모양새다.
국회와의 협의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문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관련 법안'의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의원들과 의견일치를 본 사안인데 지금와서 부자감세니 뭐니 하는 것을 보니 난감할 뿐"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16일부터 양도세 세율을 일반세율로 적용시켰기 때문에 이를 믿고 주택을 판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만일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그들로부터 정부가 소송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홍준표 원내대표가 당정협의 당시 불참했었는데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홍 대표가 반발하면서 기껏 협의됐던 안건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주무부처인 재정부가 난감해진 것.
이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 조정역을 맡은 부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부총리제'를 다시 시행 하는 것이 정답이란 주장이 다시 나온다. 같은 장관끼리의 업무조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수석이 하든, 부총리제를 부활시키든 해야지 이 상태로는 어렵다"며 "개별 부처의 목소리가 높은데 같은 장관끼리 업무를 조정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중재하고 조정할 기구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사령탑의 부재가 이 같은 '조정부재' 현상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수석부처로서 정책조정을 도맡은 재정부도 정치인 출신의 장관이나 국회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진다. 노골적으로 재정부의 업무추진에 반발하는 부처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각종 정책에서 자꾸 모순을 드러내면 좋지 않다"며 "각 부처간의 각개 플레이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조정능력이 시급히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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