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 사태로 갈등을 빚어온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와 서울연극협회가 일부 타협점을 찾았다. 서울연극협회에 따르면 지난 31일 대관 심의처인 문예위는 산하 극장 일부의 대관을 협조하겠다고 밝혔고, 서울연극협회는 이를 받아들여 제36회 서울연극제 공연 일정을 확정해 공개했다.
논란은 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연극제가 지난해 11월 14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대관심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탈락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문예위 산하 공연예술센터는 제출 서류 부실, 기대에 못 미치는 축제 성과, 2014년도 공연 중 허가되지 않은 성금 모금 행사 등을 이유로 들어 서울연극제의 대관을 불허했다.
이에 서울연극협회를 비롯한 연극계는 지난 30여 년간 축제의 터전 역할을 했던 아르코예술극장의 갑작스런 사용 불허는 서울연극제에 대한 탄압이라며 지속적으로 투쟁을 벌여왔다.
연극계의 릴레이 시위, 공연예술센터 직원 고소, 연극계 원로들의 탄원 등이 이어지자 결국 문예위도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1일 문예위는 대관에서 서울연극제가 선정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고, 일부 대관을 협조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연극협회 측에 전달했다. 아울러 향후 정기대관 공모 시 서울연극제의 심사대상 조정 여부는 상호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2일 서울연극협회 관계자는 “문예위의 사과와 후속 조치가 미흡하지만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이 같은 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연극협회가 문예위 공연예술센터 측에 요청한 바는 크게 네 가지다. ▲서울연극협회에 대한 성실한 공식사과와 ▲공연예술센터 산하 극장 4곳의 서울연극제 대관, ▲책임자 문책 및 처벌, ▲재발방지를 위해 서울연극제를 심사대상이 아닌 조정대상으로 조치할 것 등이다.
협회는 이 중 특히 공식사과와 책임자 문책 및 처벌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서울연극제 개막식이 수십년간 전통적으로 열리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대신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리게 되는 등 대관 탈락 사태에 따른 피해가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협회 관계자는 공연예술센터 직원에 대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고소는 취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명예훼손은 서울연극제와는 별개 문제”라며 “같은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해 1월에도 문예위와 협상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연극협회를 비롯한 연극계 인사들은 앞으로 연극계의 주요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한국연극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라는 단체를 1월1일부로 발족한다고 지난 31일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발빠르게 공동의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에서다.
올해 서울연극제는 오는 4월5일부터 5월10일까지 36일간 열린다. 프로그램 중 '공식참가작'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 세종M씨어터, 아트센터K 세모극장, 대학로 자유극장 등에서 상연된다. ‘미래야 솟아라’는 예술공간 서울과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해외초청작과 부대프로그램은 예술공간 SM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