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박근혜 정부가 사내유보금 과세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기업의 배당 확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순환출자형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분석됐다.
30대 그룹 당기순이익의 80%를 차지하는 순환출자형 그룹의 2013년 평균 배당성향은 13%로 30대 그룹 전체(22.5%)의 절반에 그쳤고, 지주회사 형태의 그룹 배당성향 60%와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지주 형태의 그룹은 4년 전보다 배당성향을 2배 가까이 늘리며 적극적 자세를 취했지만, 순환출자 그룹은 되레 4%포인트 낮출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4일 CEO스코어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개년 간 30대 그룹 1220여개 계열사의 배당성향을 조사한 결과, 2013년 보고서를 제출한 895개 기업의 배당성향은 22.5%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순이익 50조3600억원 중 11조3000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국내 12월 결산 상장법인 전체의 평균 배당성향 21.09%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30대 그룹 배당을 기업 지배구조 형태별로 구분해보면, 배당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순환출자형 그룹의 배당성향은 13.3%로, 30대 그룹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다.삼성,
현대차(005380) 등 9개 순환출자형 그룹 293개 계열사의 2013년도 순이익은 39조8400억원이었지만, 배당금은 5조3200억원에 그쳤다. 이들 9개 그룹의 순이익은 30대 그룹 전체의 79%나 됐지만, 배당금은 47%에 그친 것이다.
반면 지주사(단핵)형태의 지배구조를 갖춘 곳은
SK(003600),
LG(003550),
GS(078930) 등 14개 그룹 466개 기업으로 배당금은 4조5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주회사형 기업들은 순이익 7조6600억원의 59.3%를 배당, 순환출자형 기업들보다 배당성향이 4.5배나 높았다.
최근 4년 간 배당성향 추이를 살펴보면 기업 지배구조별 차이가 더욱 분명해진다.
지주형태 그룹들은 평균 배당성향이 2009년 33.4%에서 2012년 45.8%로 높아졌고, 2013년에는 다시 59.3%로 4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반면 순환출자 형태의 그룹들은 같은 기간 배당성향이 평균 17.6%에서 13.3%로 4.2%포인트 낮아졌다.
이처럼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대기업 그룹들이 배당에 소극적인 것은 계열사들이 순환출자 고리로 엮여 있어, 배당을 확대할 경우 세금을 이중삼중으로 납부해야 하는 구조적 이유 때문이다.
가령
삼성전자(005930)가 배당을 하면,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032830)은 영업외수익이 늘어나 법인세를 그만큼 더 납부해야 하고, 삼성생명이 배당하면 마찬가지로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028260) 등은 법인세를 그만큼 더 내야 하는 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순환출자고리에 연결된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30대 그룹 중 2013년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곳은 KT로, 순이익은 590억원이었지만 배당액은 3600억원으로 610%나 됐다.
이 가운데 순환출자 형태 그룹은 현대중공업이 유일했고, 대주주 일가가 없는 KT, 에쓰-오일, 포스코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은 지주회사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반대로 배당성향 하위 ‘톱 10’그룹은
대우건설(047040)(0%),
현대백화점(069960)(7.9%), 대림(9%), 부영(9.6%), 현대자동차(9.7%),
신세계(004170)(13%), 삼성(13.4%), 롯데(16.8%),
영풍(000670)(18.6%),
한화(000880)(21%)로 조사됐는데, 이 가운데 지주회사 형태는 한화그룹이 유일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순환출자형 그룹들은 계열사가 배당을 할 경우 지분을 보유한 다른 계열사들이 세금을 중첩해서 내야 하는 구조 탓에 배당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순환출자 방식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없이 기업의 배당 확대라는 정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