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창원시장이 지난 2014년 9월4일 오전 창원시 새 야구장 입지를 육군대학 터에서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변경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다. 방향만 잡힌 상태로 출발은 언제 할지를 모르는 창원 새 야구장 문제가 머지 않아 말끔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창원시 새 야구장 건립 문제는 최근 수개월째 거의 진전이 없다. 시와 시의회 간의 갈등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그동안 시는 긍정적 내용의 보도자료로는 중앙정부의 관련법 개정에 대한 내용만 써야 했고, 결국 계속 흐르는 시간에 따라 해를 넘겼다.
다만 시는 시의회의 잇단 조치(심사 보류 및 예산 삭감)에도 당초 설정했던 건립 일정 준수에는 지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극복할 만한 '여유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창원시의회, 야구장 신축을 위한 돈도 절차도 동시에 묶었다
창원시가 발표한 신축 야구장 개장 시점은 오는 2018년. 올해를 포함해 3년여의 시간이 남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공언한 시점은 이미 공수표가 된지 오래다.
그런데 이같은 '3년'이란 시간도 설계와 시공은 물론 행정절차 일체를 생각하면 다소 빠듯하다. 진해구의 옛 육군대학 터에서 마산종합운동장 부지로 옮기면서 각 행정절차 일체를 처음부터 새로 밟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창원시 내에서 처리해야할 절차는 물론 중앙정부를 통할 절차를 생각한다면 행정에 소비될 시간만 1년여에 달한다.
문제는 시의회가 시의 야구장 신축 일정에 연신 발목잡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의회는 지난해 11월11일 개최된 본회의에서 '공유재산 관리 계획안'을 심사보류한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결정과 새 야구장 관련 예산 23억여 원을 전액 삭감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정을 일괄가결했다.
시가 승인받고자 했던 '공유재산 관리 계획안'은 새 야구장의 위치 변경에 대한 내용이다. 또한 시가 확보해야 할 예산은 ▲사업비(22억7100만원) ▲감리비(2400만원) ▲시설 부대비(500만 원) 등 23억270만원이다. 시 예산 규모로 보면 큰 돈은 아니다. 다만 예산을 쓰고 각종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시의회 통과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날 회의에선 노종래(새누리당·내서읍) 의원이 새 야구장 관련 예산을 살리기 위한 수정안을 내놓기도 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지난해 안에 신축 야구장 건립 관련 조례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초기 건설비용을 확보하려던 시의 당초 계획 일체는 미뤄지게 됐다.
◇박완수 전 시장의 재임 당시에 야구장 입지로 선정된 진해구 여좌동 일대 옛 육군대학 터 전경. (사진제공=창원시)
◇잇단 시의회 제동, 원인 한두 가지 아냐
시의 야구장 신축이 지연되는 이유는 야구장 신축 관련 내적인 문제도 있다. 하지만 야구장 신축 사안과는 무관한 외적인 여러가지 지역 문제도 동시에 작용됐다는 것이 지역 정계의 다수 인사 분석이다. 지역문제 때문에 야구장의 신축이 원활하지 못하는 구조다.
전임 박완수 시장(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시절엔 시와 시의회가 지금 정도의 갈등을 내지 않았다. 창원·마산·진해 등 과거 3개시 통합 중 소지역간 각종 상징과 시설 그리고 이권 배분의 갈등이 있긴 했지만 현재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안상수 시장의 취임 이후로 시와 시의회 사이의 갈등은 극심해졌다. 시가 내세운 계획안은 순탄하게 통과된 것을 접하기 어려울 정도다. 전임 박 시장 시절에도 많은 갈등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안 시장 주요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창원시 새 야구장의 건립과 관련된 정책 추진이 시의회에서 잇따라 좌절 아픔을 맛보는 원인이다.
오랜 <뉴스토마토>의 지역 취재결과 최근 갈등은 여러 원인이 겹쳐 이뤄졌다.
우선 진해구를 지역구로 삼는 시의원들의 '면피'다. 선출직인 시의원의 입장에선 지역의 현안 사업을 하지 못하는 - 심지어 '빼앗겨' 사라진 - 지난해 가을 결정은 매우 심각한 굴욕이다. 재선과도 연계된 심각한 사안이다. 지역주민들에게 체면을 세우고 동시에 더욱 풍성한 대체 시설의 유치를 위해서 연이어서 발목을 잡는단 것이 지역 취재원 다수의 전언이다.
최근 안 시장 측의 행보가 시의회에게 꽤 위협적으로 다가왔다는 평가도 있다.
안 시장은 지난해 취임한 후 '창원시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미래전략위원회와 균형발전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에 장관을 역임한 거물급 인사를 위촉했다. 집권당 대표 출신인 안 시장의 넓은 인맥이 발동한 결과다. 시의원들은 이들 인사를 중심으로 시의 지역정치 구도가 바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진해구는 물론 타 구의 시의원이 최근의 갈등에 동참한 이유다.
응당 '동료의식'도 있다. 동료 시의원이 시와의 갈등으로 구속 상황에 처한 현실에 대한 반발이 최근 갈등으로 커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장기간 여러 사안에 대해 잇따라 다수가 시와 반대의 의견을 내는 현상에 대한 이유론 다소 부족하다.
물론 '계란 투척의 주역' 김성일 의원이 2심에서 처벌의 완화가 전혀 없다면 갈등 정도가 커질 확률은 높다. 지난해 11월24일 선고된 1심 결과는 시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 사회봉사'였다. 김 의원은 석방되긴 했지만 항소했다.
◇마산종합운동장은 정규 경기가 열리는 경우가 매우 희박한 곳으로, 최근 평일 저녁에는 시민들에게 조깅코스로 운동장을 개방 중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창원시, "아직 건립일정에 차질 생긴 상황은 아냐"
계획한 업무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최근 시의회의 잇단 제동에 시는 편안하지 않다. 당연히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상황에 따른 대책의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래도 예정된 신축 야구장 건립일정에 차질이 생긴 상황은 아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여유시간'이 있으며 행정절차를 서두르고 공사일정을 당기면 2018시즌의 프로야구 경기를 신축 야구장에서 개막전부터 치를 확률은 있다는 것이다.
이용암 새야구장건립사업단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만약 지난 회기에서 관련 조례와 예산이 모두 처리됐을 경우 사업 추진에 힘을 붙일 수 있었을 것"이라 아쉬워하면서도 "하지만 다음 회기에서라도 처리될 경우 전체 일정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악의 진행 상황도 대비 중이나 아직 급하게 여길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는 2월 의회를 통해 '공유재산 관리 계획안'을 먼저 처리한 상태에서 관련 예산을 추가 확보하고, 오는 5월 안전행정부의 '2015년도 제2차 지방재정투융자심사'에 반영하려 한다. 창원시는 이같은 계획이 실현 가능하다면 시간상의 무리없이도 신축 구장의 건설이 가능하다 본다.
물론 아직도 문제는 있다. 43명의 창원시의원 과반이 시의 정책에 대해 끝까지 반대할만한 인사란 점이다. 진해구가 지역구인 8명 외에도 야권성향 의원이 14명(새정치연합 8명, 옛 통합진보당 4명, 무소속 2명)에 달한다. 더불어 진해 시의원은 시의회 의장단을 장악 중이다. 7명의 절반인 3명이 진해 출신인데다 의장·부의장이 모두 진해 출신이다.
지난해 말로 법이 만료될 예정이던 국민체육진흥지금 지원의 유효기간 연장과 국민체육진흥법의 지자체 지원 조항 신설이 지난해 12월22일 모두 통과됐다. 창원시 새 야구장 건설에 적용될 중앙정부의 절차는 매우 수월하게 전개되고 있다.
과연 창원시 지역 내에서의 관련 절차는 언제 마무리될까. 많은 야구팬과 시민들이 시의회와 시의 행정과 의정을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창원시가 진해구 여좌동의 옛 육군대학 부지에 건설하려 했던 창원시 새 야구장 관련 조감도. 마산종합운동장 부지로 건설입지가 바뀌며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미지제공=창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