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삼성전자(005930)가 8일 지난해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부품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선전 여부에 따라 전체 실적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26개사가 추정한 삼성전자의 2014년 4분기 실적 평균치는 매출액 52조895억원, 영업이익 4조786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 각각 9.7%, 17.9% 개선된 수치다. 8조원대 영업이익을 무난히 기록하던 전성기만큼의 회복세는 아니지만 완연한 회복 국면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당초 시장의 반응은 4분기 역시 낙관적이지 않았다. 스마트폰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가 경영상의 변수가 아닌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회복이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스템LSI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부품사업 역시 연쇄적 실적 악화가 예상되면서 실적이 추가적으로 더 하락할 수도 있다는 극히 부정적 시각도 존재했다.
지난해 3분기 마의 장벽으로 여겨지던 10조원의 영업이익을 돌파했던 삼성전자는 주력사업인 스마트폰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정확히 1년 만에 4조원대로 추락, 시장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앞다퉈 장밋빛 전망을 내놓던 증권사들도 서둘러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충격을 흡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저력은 여전했다. 환율 상승과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부품사업을 비롯해 성수기 도래에 따른 CE(소비자가전) 부문의 회복 등이 실적에 호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사업구조가 지탱한 힘이다.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하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이를 만회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힘이 삼성전자를 지탱했다는 설명.
특히 회복세를 이끈 것은 단연 DS부문으로 꼽힌다. DRAM 사업의 지속된 호조에다, 거듭된 적자로 발목을 잡던 시스템LSI 사업의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들면서 약 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 약 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시스템LSI의 적자폭은 4분기 3000억원 초반대 수준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DS 부문의 실적은 전사 영업이익이 4조8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을 넘어서는 비중이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모바일 사업 부진의 만회는 물론, 주력 사업으로까지 자리잡은 모습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AP와 통신칩 성능이 향상되면서 제품 역량이 강화됐고 14나노핀펫 양산 본격화를 시스템LSI분야 적자폭 완화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DS 부문의 비중 증가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IM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급락하고, CE 부문 역시 TV판가 하락과 성수기 종료에 주춤했던 지난해 3분기 당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3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전사 실적을 나홀로 견인했다.
영업이익 역시 IM 부문보다 높았다. 지난해 3분기 IM 부문은 1조7500억원, DS 부문은 2조3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불과 2분기 전이던 1분기 IM 부문의 영업이익이 DS 부문의 3배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포의 교체다.
한편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IM 부문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 강화를 통한 제품믹스 개선과 갤럭시노트4를 앞세운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비중 증가 및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등에도 전분기 대비 소폭 하락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분석이다.
CE 부문은 연말 블랙프라이데이를 비롯한 쇼핑 특수를 맞아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3분기 주춤했던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IM 부문과 CE 부문의 영업이익을 1조5000억원과 3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스마트폰 실적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세공정전환에 따른 메모리 실적 확대 및 시스템반도체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며 "이제 삼성전자를 종합 반도체 회사로 다시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