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롯데 등 나프타분해설비 절반, 정기보수..안전문제 '비상'

"에틸렌 수급, 일시적으로 타이트해질 것"

입력 : 2015-01-13 오후 3:47:34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4개 석유화학업체가 올해 나프타분해시설(NCC)에 대한 대규모 정기보수에 나선다. 대상 설비는 총 386만톤으로, 국내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다.
 
해당 기업들은 경쟁 업체와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웠지만, 대부분 상반기에 몰려 있어 에틸렌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각 업체들은 올해가 대규모 정기보수인 점을 고려해 안전사고 예방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13일 관련 업계와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올해 LG화학(051910)롯데케미칼(011170), 삼성토탈, 여천NCC 등 4곳이 나프타분해시설(NCC)에 대해 정기보수를 실시한다.
 
각 사별로 한 달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며 LG화학이 오는 3월 중순 대산공장에서 100만톤 규모(에틸렌 기준)의 NCC 보수에 나서는 것으로 첫 테이프를 끊는다. 삼성토탈이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100만톤 규모 설비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곧바로 여천NCC가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전남 여수에 소재한 86만톤 규모의 NCC 정비에 나선다.
 
롯데케미칼은 10월부터 11월까지 대산공장 소재 100만톤 규모의 설비를 점검할 계획이다. 올해 계획된 정기보수만 총 386만톤으로, 이는 국내 전체 생산능력 850만톤의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통상 3~4년에 한번씩 NCC에 대한 정기보수에 나선다. 올해는 주요 기업들의 일정이 연이어 잡히면서 재품 수급에 미칠 영향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NCC의 주요 생산 품목인 에틸렌의 경우 단기 호재를 누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석유화학 시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에틸렌은 정기보수로 인해 '나홀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에틸렌 수요도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대한유화가 올해부터 20만톤 규모의 EG(에틸렌글리콜) 공장을 신규 가동한 것을 비롯해 SK종합화학은 지난해 말부터 고성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을 양산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신규설비 가동이 본격화된 만큼 원료인 에틸렌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대외 여건도 나쁘지 않다. 세계 시장에서 NCC 신·증설 규모는 400만톤 이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란과 인도가 각각 145만톤, 110만톤의 신·증설을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중동과 이집트 등에서 60만톤 미만의 생산능력이 추가될 전망이다.
 
자급률 상승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국 역시 올해는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나프타 기반의 NCC의 신·증설에 나서는 대신 석탄을 이용한 올레핀(CTO·Coal to Olefin) 제조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CTO가 NCC 설비 대비 수율과 제품의 질면에서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공급과잉을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업계의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NCC 업체들의 정기보수가 올해 집중되면서 에틸렌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석유화학 시황이 올해도 침체가 예상되지만, NCC 보유 기업의 경우 에틸렌 수급 문제로 단기성 호재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질소가스 누출로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정기보수를 추진 중인 기업들은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정기보수 기간에는 공장의 전원을 모두 끄고, 나프타분해센터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석구석 정비한다. 석유화학 제품들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는 한편 펌프 등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특히 NCC 내부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사례도 다반사다. 일부 화학 물질의 경우 순식간에 유해물질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업체들은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새해 벽두부터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7일 전남 여수공장을 방문해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당장의 이익을 위한 편법에 대한 유혹이 많아지는데 이는 회사의 미래를 망치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며 "모든 사업활동에 안전환경을 최우선으로 하고, 더불어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호흡하는 책임감 있는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역시 을미년 신년사에서 "올해는 대정수(大定期補修·대정기보수를 지칭하는 업계 용어)가 있는 해인만큼 무재해·무사고·기간준수 정수달성을 목표로 작업품질을 철저히 확보함으로써 저력을 모아 줄 것"을 당부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대규모 정비에 나서기에 앞서 1~2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기보수에 투입되는 외부 인력이 한정된 탓에 인사 사고가 발생하면 다른 업체들의 정기보수 일정에도 줄줄이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각 업체마다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치는 것은 물론 현장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학물질 유출로 인한 인사사고 뿐만 아니라 낙상 등 각종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정기보수 기간에는 안전관리 인력을 현장에 상주시키며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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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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