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국제유가 폭락 사태 여파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급락이 나프타 가격 하락을 부추기면서 재고 손실을 키웠고,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화학제품 원료가격 역시 수요 부진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주요 완제품 가격 스프레드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충격을 다소나마 줄인 모양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석화업계 4사 모두 당초 시장의 실적 예상치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LG화학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정도 하락한 2560억원~293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반토막 수준의 651억원~958억원, 한화케미칼은 30% 하락한 223억원~29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금호석화는 흑자전환해 466억~565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 동향.(자료=LG화학)
LG화학(051910)은 4분기 진행된 여천 나프타분해센터(NCC) 정기보수의 여파로 손실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여천 NCC는 원유에서 정제된 나프타를 분해하는 시설로, PVC와 PE 등 주요제품 생산을 위한 원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가동이 중단될 경우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 정보전자소재 및 배터리부문 영업이익도 비수기 영향과 생산비용 증가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올해 연간실적은 지난해 대비 개선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소비여력 증가로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나프타 가격이 하향 안정화 단계에 놓이게 된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재고손실을 피할 수 있게 돼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LG화학의 올해 연간 매출액을 20조2598억원~23조3460억원, 영업이익 1조5879억원~1조84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케미칼(011170)의 경우 화학업체 가운데 4분기 영업이익이 가장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나프타 가격이 4분기에만 33%나 급락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PE, PP 등 주력제품의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의 가격차이)가 확대됐고, 우호적인 환율 상황이 실적 부진 충격을 조금이나마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석화제품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 9조9370억원~14조2350억원, 영업이익 5437억원~7580억원을 기록해 개선된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경우 주력인 NCC에서 얼마나 마진을 얻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유가가 급락하면서 재고 평가 손실이 상당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한화케미칼 역시 유가 급락과 주요 제품 마진 하락이 맞물려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에틸렌 계열 다운스트림 마진 회복이 유화부문의 이익 회복에 기여했으나 PVC와 태양광 부문의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3분기 자회사였던 드림파마를 매각하면서 발생한 약 1000억원의 일회성 이익으로 당기순이익은 540억원~68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했다. 올해 매출액은 6조9471억원~7조9840억원, 영업이익은 1640억원~2703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들 4사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전 분기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이다. 합성고무 제품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전체 실적 감소는 일부 상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유가 폭락으로 합성고무(SBR, BPA) 주요 제품가격이 동반급락 했다"며 "다만 에너지 사업부는 여전히 견조한 실적을 유지해 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매출액은 4조3504억원~4조9970억원, 영업이익은 2484억원~334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급락 사태가 상반기 마무리되면 더 이상의 재고 평가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저유가 시대와 맞물려 중국·중동 등에서 NCC 증설이 보류 중이기 때문에 공급량도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정은 한결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